"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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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올 여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⑤]
서울에 이어 순천에서도 펼쳐진 '907순천기후정의행동'
30여 명의 시민, 손수 만든 피켓 들고 연향동 행진
어린이·청소년 참여 '눈길'…"부끄러웠지만 힘 보태 뿌듯"

'907순천기후정의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향동 일대를 걷고 있다. 독자제공  '907순천기후정의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향동 일대를 걷고 있다. 독자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계속)

9월 7일, 서울 강남대로에는 2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기후 정의를 외쳤다.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 순천에서도 작은 울림이 시작됐다. 서울로 가지 못한 마음들이 모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간절함을 품고 거리에 섰다.
 
그날 오후 3시, 순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는 약 30명의 시민이 모였다. 7살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그리고 60대까지. 각자의 삶에서 중요한 시간을 내어 나온 이들은 작은 피켓 하나하나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
 
재활용 상자에 꾹꾹 눌러 적은 문구들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 한 가지를 외치고 있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지키자', '기후위기, 정부가 책임져라'
 
손수 피켓을 만들고 있는 시민들. 독자제공 손수 피켓을 만들고 있는 시민들. 독자제공 
손에 피켓을 든 이들은 구호를 외치며 패션의 거리를 걸었다. 비록 소수였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운 현실에 맞서는 작은 저항이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남겼다.
 
가게 안에서 고개를 내민 이들은 행진을 궁금해했고, 지나가던 이들은 "너희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미소로 격려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누워 침묵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다잉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먼저 쓰러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을 상징했다.
 
행진을 준비한 김현주 우리마을교육연구소장은 "서울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마음을 모아 작은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함께해 주신 시민들 덕분에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추진한 신선식 씨는 "기후위기는 어린 세대에게는 현실이고, 어른들은 책임을 져야 할 때"라며 지역 사회의 더 큰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참여자들이 선보인 '다잉 퍼포먼스'. 독자제공  참여자들이 선보인 '다잉 퍼포먼스'. 독자제공 
특히 이번 행진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송산초등학교 4학년 임지유 양은 "날씨가 너무 더워 힘들었지만,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걸으니 뿌듯했다"며 "앞으로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별량중학교 1학년 이승원 군은 "사람들 앞에서 하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후위기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기후행동에 참여한 어른과 청소년들이 함께 피켓을 들고 있다. 독자제공 기후행동에 참여한 어른과 청소년들이 함께 피켓을 들고 있다. 독자제공 
어른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꼈다.
 
10살 아들과 함께 참여한 이민혜 씨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기후위기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며 책임감을 느꼈다"며 "혼자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아 좌절하기도 했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며 희망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시민 이정우 씨는 "이 자리에 나온 청소년들에게 고맙다"며 "어른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꼈고, 다음에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산초등학교 이만옥 교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왔지만, 이번 행진에서의 다잉 퍼포먼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눈을 감고 길바닥에 누워보니 기후위기의 무게감이 더 깊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907순천기후정의행동'에 참여한 시민들. 독자제공  '907순천기후정의행동'에 참여한 시민들. 독자제공 
서울에서 순천까지, 대구와 파주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목소리는 단지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는 외침이 아니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강렬한 메시지를 만들어냈고, 지구를 위한 새로운 흐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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