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리는 '플리마켓' 준비에 분주한 센트럴 동아리 학생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계속) |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알리는 것이죠."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특별한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1년에 한 번 전교생을 대상으로 플리마켓을 열어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급식 다 먹는 날을 운영하며 작은 동참을 독려하는 이들. 전남 순천시 효천고등학교 탄소중립 동아리 '센트럴'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찾은 효천고 미래교실. 학생들은 오늘(25) 오후부터 열리는 '플리마켓'을 준비하느라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폐지를 재활용해 부스 이름표를 만들고, 장터에서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글귀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천연 비누 만들기' 알림판을 만들고 있던 최승아(17)양은 "영상이나 교육을 통해서 기후 관련 뉴스를 들으면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후위기를 알게되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에 이어 마련된 플리마켓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1년 중 한 번 열린다. 동아리 센트럴의 1년 중 가장 큰 활동이다. 장터 기획부터 준비까지 모두 학생들 몫이다.
올해는 육식 소비를 줄이는 채식 김밥과 월날쌈을 판매하고, 친환경 비누 체험을 준비했다. 기후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도 있다. 이 중 플리마켓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물물교환'. 학생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는 프로그램으로 새상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데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일이자, 학생들에게 기후위기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선용 교장선생님(왼쪽)과 강대식 선생님(오른쪽), 센트럴 동아리 학생들이 플리마켓을 위해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있다. 효천고 제공
이 플리마켓의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센트럴 학생들은 지난해 플리마켓 모금액 70만 원을 소아암 환자를 돕는데 후원했다.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플리마켓은 학교의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위기 환경 동아리 '센트럴'이 창립된 건 지난해 3월이다. 환경에 관심이 깊었던 조선용 교장 선생님은 취임 직후 평소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는데 앞장서 온 강대식 선생님과 뜻을 모았다.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1·2학년 학생 30여 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학생들이 탄소(Carbon)와 중립(neutrality)를 의미하는 영어를 조합해 '센트럴'(Central)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현재 활동인원은 40여 명에 이른다.
동아리 센트럴이 진행한 '급식 다 먹는 날' 안내문. 효천고 제공 1년 중 세 차례 운영하는 '급식 다 먹는 날'도 센트럴 학생들이 이끄는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의 하나다. 전교생들에게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잔반 없이 급식을 다 먹은 학생들 중 50여 명을 추첨해 텀블러,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제품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이다.
순천만 갯벌로 유명한 와온해변에서 열리는 1박2일 환경캠프도 있다. 지난해 가을 열린 캠프는 전환자치연구소 소장인 김영준 변호사의 강의와 향초 만들기, 갯벌 플로깅으로 진행됐다. 기후 문제에 더욱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참여 학생들 만족도도 높았다.
센트럴 1기인 박가윤(18)양은 "평소에는 학교 안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한정적인데 환경캠프를 통해 바다와 갯벌 등 자연을 보면서 '우리가 환경을 지켜야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서진(18)양은 "'이렇게 해서 변하겠어'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기후 문제에 나선 선배들을 보면서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두 함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천을 한다면 변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센트럴 동아리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한 1기 학생들. 왼쪽 앞부터 이서진, 허가영, 이민영, 박가윤 학생. 박사라 기자 학교에서 시작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학생들은 작은 관심에서 가입한 동아리였지만 시대가 직면한 최대 난제인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스스로 '할 일'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후시민을 길러내는 '기후학교'인 셈이다.
조은준(17)양은 "지난 주 친구들과 동천에서 기후위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한 할머니께서 '우리들이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말씀을 전하셨다"며 "학생들의 작은 행동이 울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양은 다음 주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자매학교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중국 학생들과 기후행동 챌린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민영(18)양은 "청소년 세대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작은 활동으로 탄소를 대폭 줄일 수는 없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친구들한테 전파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허가영(18)양은 "플로깅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 급식 다 먹는 날 이벤트를 통해 잔반 줄이는 일의 필요성 등을 느낀다"며 "큰 변화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변화는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동아리를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음 지었다.
효천고 교내 50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효천고 제공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활동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순천시의 지원을 받아 교내에 50여개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고갈에 대비하는 교육도 이뤄진다. 친환경 농업교육, 식량 재배 교육을 위해 내년에는 학교 내 담당 부서도 만들어 체계화 할 계획이다.
강대식 선생님은 "2년간 센트럴 학생들을 통해서 '미래세대가 환경에 관심이 많구나.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성세대로서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학생들의 마음이 널리 알려져,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모든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선용 교장선생님은 "학창시절부터 환경보호 실천에 익숙해지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친환경 농사짓는 법, 식량을 재배하는 법, 기후위기 시대 식량을 어떻게 자급자족할 것인지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운동은 한 사람이 백 걸음 가는 것보다 백 사람이 한 걸음 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