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씨가 26일 열린 생태학교에 참가해 뻥튀기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올 여름 전기료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계속) |
"이번 폭염에 너무 위태로움을 느꼈어요. 작은 실천부터 하기로 마음먹었죠."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에 사는 박성희(53)씨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에어컨을 멀리했다. 추위보다 더위에 강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기후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 이었다.
가을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에 가정마다 다른 때보다 두 배, 세 배 높은 전기료 고지서가 날아왔을 텐데, 그의 집 전기료는 전 달보다 딱 만 원 늘었다. 더우면 선풍기로 버티고, 열대야가 극심한 밤에만 한 번씩 에어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푹푹 쪘던 지난 7~8월 에어컨을 가동한 횟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이같은 행동은 기후위기 시대를 여실히 나타낸 폭염에 전기제품을 쉴 새 없이 사용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닐 뿐더러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에 '위태로움'을 느꼈다는 그는 "기후위기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며 "더우면 선풍기를 틀고, 추우면 옷을 껴입으며 최대한 냉·난방기 사용을 줄이려 했다"고 전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은 오랫동안 그의 몸에 배어 있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옷 사지 않기', '식재료는 필요할 때만 사기' 등이다. 20년 전부터 중고물품 판매점인 아름다운가게를 이용해 왔고, 새 물건은 10년 이상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생태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구와 기후위기, 생태에 관심이 많아졌고 '의식' 또한 더 확고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순천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는 생태학교에도 참가하고 있다.
순천생태학교는 폭염, 홍수, 생명대멸종이라는 위기를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독교인과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이달 5일부터 4주간 생태영성과 생태목회지 탐방 등 이론과 실천을 포함한 강의들로 진행되고 있다.
박 씨는 "기후위기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일들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 생태학교에 참가하게 됐다"며 "강의를 통해 깨닫게 된 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지금의 기후변화를 다시 '변화'시키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박 씨는 "생각하지 않으면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한 기후를 만났고, 이제는 이 위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한 사람의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지만 분명히 어떤 변화는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며 의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