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연합뉴스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삐를 쥐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부회장은 최근 △메모리 △시스템 LS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사업부 담당 임원들에게 업무 보고를 받으며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AI 산업의 급성장 속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것 외에도 파운드리 등 다른 사업에서도 경쟁 업체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 등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사업별 경쟁력 회복 방안 마련을 주문하며 느슨해진 근무 기강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SDI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에도 보고를 받을 때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보고하도록 했고 특히 품질에 관해서는 꼼꼼하게 챙겼다"며 "이번에도 '소방수'역할을 맡은만큼 기술과 품질 부분에서 DS부문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후 전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이자 사업지원TF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DS부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DS부문장의 전격 교체로 외부에서 주목하게 됐지만 재작년 상반기에 R&D담당자 3-4명을 갑자기 교체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기술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에서 위기감이 훨씬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에서는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특히 수율(완성품 중 양품비율)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E 수율이 80%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는 수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율이 낮다는 것은 생산 제품 중 폐기해야하는 제품이 많다는 의미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율은 기본적으로 회사 기밀에 해당하지만 고객사와 단가 등을 책정할 때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대략적인 수율은 고객사와는 공유한다"며 "고객사는 기본적으로 공유된 수율보다 실제 수율이 낮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공유된 수율 자체가 낮다면 납품 전 테스트를 더 꼼꼼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부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반도체 주도권 재탈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전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