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닭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70만여마리가 추가로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피해규모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수평 전파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철새를 매개체로 산발적으로 퍼지지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어, 방역당국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닭도 안전하지 않다"... 142만마리 추가 살처분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부여군의 한 종계장에서 검출된 AI 항원(H5N8)이 고병원성 확진을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농장은 지난 24일 5번째로 감염의심 신고를 했으며, 전북 고창과 부안일대 방역망을 벗어난데다, 닭에서는 최초로 의심신고가 접수된 건이어서 검사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충남 부여의 닭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이제는 오리 뿐 아니라 전국의 닭 농가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앞서 방역당국은 닭에서 확진판정이 1건이라도 나오면 기존의 위험지역 내에 있는 닭까지 모두 선제적으로 살처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브리핑에 나선 농식품부 이준원 차관보는 "추가 신고된 6개 농장, 3km 내 모든 오리·닭을 살처분하고, 종전에 신고된 전북 고창.부안지역 3km 이내 남아 있는 닭도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닭 142만3천마리를 비롯해 가금류 174만9천마리가 추가로 살처분 매몰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규모가 늘어나면서, 보상금 규모도 250억원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산발적 AI 전파...새로운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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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오후에는 6차 의심신고 농장인 전남 해남의 씨오리 농장과 경기도 시화호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 또 충남 천안의 한 오리 농장에서도 10번째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시작된 AI가 북으로는 경기도, 남으로는 전남 해남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대해 방역당국은 AI가 산발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농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10개 의심신고 농장 가운데) 1차와 4차 신고 농장, 6차와 8차, 9차 신고 농장은 서로 왕래가 있거나 소유주가 같거나 해서 역학관계가 있지만, 나머지는 서로 역학관계가 없다"며 "AI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이나 2010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닭이나 오리에서 비롯된 뒤, 사람과 차량을 통해 이동하면서 농가에서 농가로 전파됐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방역당국은 일단 특정지역의 축산 종사자와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일시 이동중단 조치, 이른바 스탠드스틸을 추가로 발동하지는 않기로 했다. 또 지금 '경계'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 차단방역 중점...철새 막을 뾰족한 대책 없어 고심
대신 철새의 분변 등 위험요인이 농장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에 중점을 두면서, 철새 이동경로 상에 있는 농가에 문자로 철새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환경부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가창오리와 쇠오리, 청둥오리 등에 GPS를 부착해 비행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전북 동림저수지와 충남 금강하구, 경기 시화호 반경 10km 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해서는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반경 30km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한 예찰과 소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해안 일대를 따라 산발적으로 AI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철새의 이동을 막거나 방해할 수도 없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