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현오석…두 번 기회줬던 박 대통령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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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국무회의, 올 신년기자회에서 현오석팀 신임...野 "교체",與 '부글부글'

지난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종합방지 대책 당정협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실언(失言)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야권에서는 현 부총리를 경질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22일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현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적반하장'이다. 반면 정부의 재발방지책이라는 게 말만 요란했지 집단소송제 등이 빠져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모든 불만이 현 부총리 교체 요구로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4일 당내 회의에서 “사상 최악의 신용정보 대량 유출로 온 국민이 공황에 빠져 있는데 정부 경제팀의 수장이라는 분이 기름을 퍼붓고 있다”며 “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더 이상 변명을 하지 말고 짐을 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전날 회의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성토했고, 심재철 최고위원도 "도대체 현실을 알고 하는 말이냐.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은 순방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개각은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당시 교체 여론이 높은 상태였던 현오석 부총리 등 경제팀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에게 기회를 더 줬던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자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협업과 조율의 문제에 대해 경제 부총리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정책들을 잘 조율해서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이런 강력한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현 부총리가 국민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으로 이번에 박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 넣음으로써 또 다시 교체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첫날인 24일 박 대통령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밀린 보고서를 받아보며 현안을 챙겼지만 현 부총리 교체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부총리 교체설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말실수를 문제삼아 경제사령탑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자회견을 통해 개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지 20일 만에 경제수장을 교체할 경우에 오는 신뢰의 손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 수장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과 위험 요인이 따른다는 사실도 현 부총리를 쉽게 내치지 못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현 부총리를 계속 끌어안고 갈 때 입게 될 신뢰의 위기가 더 크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차례상 민심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새해들어 공기업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공기업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경제부총리가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를 국빈방문 했을 때 카드사 고객정보유출과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철저히 파악하고, 재방방지대책을 마련할 것과 함께 '엄하게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한 것도 현 부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국민들 개개인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에 대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24일 한 행사장에서 "말의 무거움을 느낀다"며 머리를 숙였다.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를 다시 한번 신임할 지, 아니면 이번에는 내칠 것인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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