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영웅들의 '배신'…장애급여 부정수급 대거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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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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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영웅들이 미국 최대의 장애연금사기 사건 범인으로 전락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직 뉴욕 경찰과 소방관 등 100여명이 2001년 9·11 테러 수습 과정 등에서 정신질환을 얻었다는 거짓말로 사회보장연금의 장애급여를 타냈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된 인원은 전직 뉴욕 경찰 72명, 전직 소방관 8명, 구호요원 5명 등 106명이며, 피해액은 4억 달러(4천300억원 상당)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장애연금 사기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지난 20년 동안 거액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부정수급액이 50만 달러(5억3천만원 상당)에 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불안증세,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매년 수만 달러의 장애급여를 타갔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방검사는 "기소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9·11 테러로 정신질환을 얻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진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한정됐던 재원을 이들이 더 깎아먹었다"고 밝혔다.

밴스 검사는 "범인들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고 잠시 동네를 산책하는 외출도 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 생활은 이들의 주장과 달랐다"고 말했다.

기소장 등에 따르면 범인들은 헬리콥터 비행을 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 게임도 하면서 불편 없이 산 것으로 밝혀졌다.

오토바이와 제트스키를 탔고 무술 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범인도 있었다.

전직 뉴욕경찰이었던 리처드 코센티노는 외출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면서 연금을 받았으나 낚시 여행에서 잡은 대형 물고기를 안고 배 위에서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당국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사회보장장애보험 프로그램 사기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도청 정보 활용하고 인터넷 활동 감시를 통해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사기를 총괄한 주범 4명으로 레이먼드 래벌리(83), 토머스 헤일(89), 전직 뉴욕 경찰인 조셉 에스포지토(64), 존 미네르바(61)를 지목했지만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밴스 검사는 "주범들이 연금 신청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 증세를 묘사하는 방식과 기억력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줬고 옷차림과 몸가짐까지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제 수급자 대부분이 '낮에 때때로 존다', 'TV를 친구삼아 켜둔다' 등의 똑같은 주장을 해서 연금을 타냈다.

급여 신청 지원자들의 필적도 거의 일치했고 증상을 묘사한 방식도 비슷했다.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청장은 "기소된 은퇴 경찰들이 9·11 테러 당시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다 숨진 이들과 이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에게 불명예를 안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정확한 규모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거짓 9·11 후유증으로 연금을 부정하게 받은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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