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직장인들의 2014년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압도적 1위는 '연봉인상'이었다. 여론조사기관과 취업포털 사이트들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 내용들을 두루 살펴보자.
연봉이 오르기를 희망하는 건 당연한데 얼마나 오르기를 기대하는 걸까? 직장인들의 희망인상폭은 평균 '9%' 정도였다. 10%~15%인상을 바라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동결’로 만족한다는 직장인도 13.4%로 나타났다.
목표하는 대로 연봉이 오르지 못한다면?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4%가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은 연봉협상의 결과 뿐 아니라 과정과 방식에도 불만이 높았다. '협상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운 방식'(52.7%), '불투명한 인사고과 산출 과정'(20.6%),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 분위기'(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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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연봉 속에 담긴 허구우리 직장인들의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고액 연봉자는 계속 늘어 2012년 기준으로 1억 원 이상 억대 연봉자가 41만 명을 기록했다. 회사원 1천 명 가운데 26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10억 원 이상도 1천 명이 넘는 걸로 나타났다.
공무원만 따지면 월급에 초과근무수당을 합쳐 5,220만 원 선. 반면 전체 근로자(1천5백만 명)의 평균 연봉은 2,960만 원이었다. 그리고 4명 가운데 1명은 1,000만 원 벌이도 못했다.
공무원 역시 고위 공직자들이 억대를 넘기면서 평균치가 높아진 걸 감안해야 한다. 차관급이 수당을 합쳐 1억2,000만, 장관급이 1억2,600만, 대통령이 2억3,200만 정도이다.
우리나라 연봉고액 순위는 대체로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선박도선사, 성형외과 의사, 항공기 조종사, 변호사, 외과의사, 치과의사, 대학총장, 행정부 고위공무원의 순으로 이어진다.
철도노조 파업 때도 코레일 직원들의 연봉이 삼성전자와 비교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 평균연봉 5,660만원인데 코레일은 6,300만원이라는 것. 이 논란은 모 증권정보업체의 3분기 기업공시내용 분석 보고서를 일부 언론이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이 보고서에 적힌 통계가 1월부터 9월까지의 누계였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 급여 9달 치와 코레일 1년 치를 비교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2012년 12달 연봉은 6,9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연봉은 총액으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 다른 요인들과 연관돼 연봉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고려될 것이 근속연수이다. 직원들을 일찌감치 퇴직 시키는 삼성전자의 평균연봉과 상대적으로 길게 근무하는 코레일의 직원 평균연봉을 그대로 비교한다면 오류가 발생한다. 또한 초과근무시간도 따져야 한다. 어쨌든 2012년 코레일 평균 연봉은 입사할 때 2,5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직원이 20년 근속하면 6,500만 원 선이다.
코레일을 신이 감춰놓은 진짜 신의 직장이라고 보도한 조선일보의 연봉도 뒤를 이어 공개돼 역시 화제가 됐다.
조선일보는 2011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연봉이 8,274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고 있는 KBS의 경우는 직원들의 연봉은 2012년 기준 9,275만8,000원(기본급 4,610만6,000원+수당 등 4,665만2,000원)으로 드러났다.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 연봉 속에 담긴 인간의 자존심연봉은 직장인의 자존심이다. 그런데 오르는 건 더디고 후배의 연봉은 쫓아오는 건 왜 그럴까?
기업은 불황이나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을 억제하고 줄인다. 다시 회복할 때나 공채 시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을 높여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역전도 발생하는 것.
최근 직장인의 급여는 즉시 지급의 방향으로만 치닫고 있다. 경영 성과를 위해 일한 만큼 그때그때 지급하는 걸로 끝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호봉제는 연봉제로 바뀌고, 정년보장은 계약제로 바뀌고,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내려앉는다. 그 끝에는 아르바이트 인생이 기다린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노동은 축적이다. 일을 해가면서 숙련과 경륜이 더해진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부부, 커가는 아이들… 가족의 삶이 노동 속에 점점 무겁게 담겨진다. 그래서 노동의 가치는 결국 국민의 가치가 된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경기침체나 금융위기가 돈과 부동산의 가치가 거품처럼 부풀려지다 생긴 것이지 노동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 않는가.
CBS노컷뉴스 변상욱 대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