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신' 이씨 두고 경찰·유족·네티즌들 '치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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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동균씨 제공)

 

2014년 새해를 앞둔 2013년 12월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한 중년남성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숨을 거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故) 이남종(41) 씨. 남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유족 측은 이 씨가 분신 전 작성한 유서의 내용을 가지고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 씨가 남긴 유서는 총 7통. 수첩에 남긴 '안녕들하십니까' 유서, 국민에게 남긴 2통의 유서, 가족에게 남긴 3통의 유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남긴 2통의 유서가 그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지난 1일 유족과 함께 경찰이 확보한 이 씨의 수첩을 확인했다.

이 수첩에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형식에 따른 유서가 쓰여 있었다.

유서를 통해 이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정부기관의 개입으로 불법 선거가 자행됐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불법 선거 개입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함에 따라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다. 불법 선거에 대한 특검이 실시돼야 한다"고 뜻을 밝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민에게 남기는 유서에는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났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에는 "짐을 지우고 가 미안하다.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갔다고 생각하라. 엄마를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말은 달랐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 측은 이 씨가 특정 단체나 노동조합 등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고 밝히며 이 씨의 분신 시도에 형 사업으로 인해 생긴 카드빚 3000만 원과 어머니 병환 등의 복합적 동기가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 씨의 분신이 개인 사정에 의한 것이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는 것.

박 변호사는 이런 경찰 측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경찰 측이 유서와 유류품 공개를 '국과수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현재 경찰에 이 씨의 유서 반환을 요청한 상태이며 2일 오후 5시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한강성심병원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유서 반환이 불발로 돌아갈 경우, 내부 회의를 거쳐 대응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상 네티즌들의 의견 대립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표적인 보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는 분신한 이 씨에 대한 조롱·비하·비판 게시물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분신자살 신용불량자 사후 모습 직찍'이라는 제목의 글 속에 홍어무침 사진을 올려 광주 출신인 고인을 간접적으로 비하했다.

또 다른 회원은 '분신자살한 광주남의 미래'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성호스님의 트위터 사진을 함께 올렸다.

지난 1일 올린 트위터에서 성호스님은 "자살은 가장 큰 불효라 합니다"라며 "특히 분신자살은 정말 악질적인 것으로 세세생생 지옥고를 못 면한다 하니 분신자살은 더욱 더 하지 맙시다"라고 전했다.

이 회원은 트위터를 근거로 고인에게 "빼도 박도 못하는 100퍼센트 지옥행"이라고 일침했다.

이와 상반된 입장의 네티즌들은 고인의 죽음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에 있다고 보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고인을 모독하는 행동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현 시국이 얼마나 심각하면 분신을 하는 사람이 나올까, 이런 생각은 못하나?", "고인이 무슨 사유로 돌아가셨든 고인에대해 막말하는 건 무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유족들이 확인한 유서가 명백한데 경찰이 하는 행동도 미심쩍고, 고인 비하하고 조롱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 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1일 오전 7시 55분께 끝내 숨졌다.

분신 당시 이 씨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스타렉스 승합차를 세우고,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세로 5m 길이의 현수막 두 개를 다리 아래로 내렸다. 이후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시위를 벌이다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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