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靑에 재반박…"병원 어려우니 장사로 돈 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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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굴삭기를 동원한 퍼포먼스를 거행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팔고, 운동화를 팔고, 교복과 체육복을 팔아 생활하도록 강요 받는 상태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18일 기자회견 중

자법인(자회사) 허용이 영리병원의 전초인가 아닌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의료기관 자법인이 영리병원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재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의사협회는 18일 용산구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진료 말고 장사로 돈 벌라는 저의가 뭔가?

우선 병원이 본연의 진료가 아닌 각종 영리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협회는 "올바른 건강보험제도는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적정한 이윤을 얻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로는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경우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각종 비급여 항목을 통해 환자에게 추가부담을 지워야만 병원의 운영이 가능한 상황으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크고 의사들은 양심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저수가 문제를 정부가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놓은 대책이 진료와 관련 없는 영리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병원에게 편법적인 수익을 창출하도록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대부분 원가의 75% 수준의 저수가이고,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은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은 병원이 각종 이익사업에 치중했을 때 원래의 진료에 집중하기보다 말그대로 자회사 제품의 영업을 하게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각종 패키지 상품이 등장할 것이며, 병원에 속한 월급 의사도 이에 자유롭지 못해 끼워팔기나 과잉진료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피부과 의사들은 진료 환자들에게 자회사의 화장품을 권하거나 정형외과 의사들은 자회사가 만든 의료기기를 적극 추천할 수 있다. 내과 의사들이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끼워팔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 자회사, 병원의 수익 빼돌리는 창구될 수 있어

의료기관의 수익이 오히려 영리 자회사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새롭게 제기됐다.

정부는 자회사가 영리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모법인인 병원에 재투자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각종 규제장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반대로 병원에서 자회사에 재투자하는 것에는 큰 제한이 없어, 오히려 병원의 수익이 자회사로 흘러들어가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의협은 지적했다.

즉 병원의 수익을 오너가 투자한 영리형 자회사로 합법적으로 빼돌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자회사 허용을 서두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공약 이행 때문이라고 의협은 보고 있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공약을 이행하려다 재원이 부족하자 병원 경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편법적인 수익 창출의 창구를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각종 비급여 항목이 순차적으로 급여화되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어 병원으로 하여금 다른 돈벌이 창구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유헬스'(Ubiquitous health)의 허구성도 지적됐다.

의협은 "유헬스는 대한민국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개념조차 적립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헬스의 환영에 사로잡혀 원격의료를 또다시 거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의협은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궁극적으로 의료의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고 의사로 하여금 편법적인 돈벌이에 더욱 집중하게 할 개연성이 크다"며 "지금 정부는 편법 수익창출의 길을 마련하고 의사들로 하여금 그 길로 걷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 靑 "영리화와 무관하다" 해명에도 논란 거세져…의협, TV토론 역제안

원격의료 도입과 자회사 허용으로 영리병원화(化)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도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이어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잇따라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원영 청와대 수석은 지난 16일 설명회를 열어 "원격의료 도입은 의료의 공공성을 오히려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며 "앞으로도 의료영리화 추진 계획은 없다"고 원격의료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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