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병원, 의료시스템 궤멸 이끌것
- 건강보험제도 왜곡도 심화
- 의료 자회사, 병원의 편법 이윤추구■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정부가 보건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서 지난 13일에 몇 가지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제 의료법인은 자회사 통해서 숙박, 화장품, 온천, 이런 수익사업 할 수 있게 됐고요. 약사들도 회사 만들어서 대형약국 운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냥 들었을 때는 의사들이 찬성할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의사협회가 지난 일요일에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고요, 이 자리에서 의협회장이 연설 도중에 자해를 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상임이사들은 삭발식도 했습니다. 도대체 의사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요? 직접 듣죠,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 노환규>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목에 상처는 괜찮으세요? 그날 대회현장에서 왜 그렇게 자해까지 하셨어요?
◆ 노환규> 의료의 절박한 위기상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 김현정>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
◆ 노환규> 부적절한 일이죠.
◇ 김현정> 하나하나 좀 풀어가 보죠.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크게 보니까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 ‘대형 법인약국 도입할 수 있다’, ‘대형병원에 외국인 환자 병상관련 규제 완화하겠다’, ‘원격 의료도 허용하겠다’, 맞습니까?
◆ 노환규> 맞습니다.
◇ 김현정> 의사와 약사들이 더 폭넓은 사업할 수 있게 해 준다는데, 왜 그렇게 반대하세요?
◆ 노환규> 반대하는 데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금의 건강보험제도가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지금의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의료관계가 왜곡이 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영리병원을 추진한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의사들은 진료를 하고 정당한 수익, 적절한 수익을 가져가면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건강보험 제도는 환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을 지우고 있고, 그리고 의사들에게는 건강보험 공단의 적정한 치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의료기관이 환자로부터 추가로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이거든요. 따라서 의사들한테는 지금 양심의 부담을 지우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이제 의료기관의 이윤의 극대화, 목적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런 제도가 시행이 된다면 의사들은 더 큰 양심의 부담을 지우게 되고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환자에 대한 착취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우리가 단어 하나를 정리하고 가야 될 것이 영리병원이라는 말씀을 쓰셨어요, 영리병원이라는 게 지금 병원하고 어떻게 다릅니까?
◆ 노환규> 사실은 지금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이런 얘기를 쓰지만 원칙적으로는 다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지금 전체 의료 기관의 93%가 민간의료기관이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이 아니죠.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인데, 따라서 의료 민영화는 이미 됐다 라고 하는 것이 맞고요. 또 모든 병의원이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영리병원이라는 말도 엄밀하게는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지금 병원은 이제 투자자가 투자를 하고 투자에 대한 이익금을 가져가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내가 돈이 많다고 해서 그냥 병원 무조건 차리고 의사를 고용할 수는 없게 되어 있는 거죠?
◆ 노환규> 그렇죠. 그것을 허용하는 것을 저희가 영리병원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고, 이번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투자종합대책에 자금의 형태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것을 풀어가는 편법 수단을 강구한 것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철도의 경우와 굉장히 비슷하네요. 지금 철도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가 민영화 아니라고 정부가 얘기하는데 자회사 설립 허용한 게 결국 민간에게 자회사부터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병원도 자회사 설립 허용한 게 그러니까 결국 영리병원으로 가는 전초전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노환규> 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영리병원제도를 통해서 지금의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지금 영리병원 제도로 간다면 의료가 궤멸되고 맙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자료사진)
◇ 김현정> 그런데 이런 반론하는 분도 계세요. 영리병원이 들어오면 그러니까 돈 많은 사람이 병원에 투자하면 병원 서비스가 올라가서 환자들에게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겠는가, 이건 어떤가요?
◆ 노환규> 그러면 그 투자자는, 투자자의 목적은 사회 복리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 대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겠죠. 그런데 지금 현재 학교 선생님으로 제가 예를 들어서 표현을 하면,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가르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되는데 지금 아이들한테 학습지 팔고, 체육복 팔고, 운동화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이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을 더 강화하는 것이죠.
◇ 김현정> 결국은 사업가 마인드로 병원을 운영하면 그 사람의 목표라는 것은 최대한 돈을 뽑아내는 거고, 그러다 보면 환자에게서부터 뽑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굴러갈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노환규> 문제는 지금도 건강보험 제도 구조 자체가 그렇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요?
◆ 노환규> 네, 지금도. 왜냐하면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치료수가가 원가의 75%만 지급하고, 그러면 의료기관은 120%, 130%가 돼야 적정 이윤을 찾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의료수가가 원가의 70%밖에 건강보험에서 안 준다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논리적으로?
◆ 노환규> 가능하지 않죠. 그게 지난 36년 동안 벌어진 일인데요, 그래서 국민들이 많이 오해를 하시는데..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부족한 수익을 환자로부터 더 받아내야 되거든요.
◇ 김현정> 운영을 하려면?
◆ 노환규> 그것이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여러 가지 보험이 되지 않은 값비싼 수술들.. 그로 인해서 지금 대한민국이 OECD 34개 나라 중에서 의료비를 내느라고 재정파탄에 빠진 재난지역의료비 발생률 1위에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왜곡된 것을 치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게 영리병원 쪽으로 가면 더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거다, 이런 말씀이신데. 그런데 지금 정부 측에서는 이거 민영화 절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병원들 경영이 어렵다, 어렵다 하니까 너네들 수익사업 해라, 그 수입으로 의료산업 종사자들 처우 개선하고 의료 서비스 수준도 좀 더 높이면 되는 거 아니냐, 민영화 절대 아니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 노환규> 정부의 주장이 모순인 게, 영리병원 형태의 병원을 통해서 지금 말씀하신 병원의 어려운 재정을 개선해라 라고 하면서 자회사는 또 외부의 투자를 받아라. 그런데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왜냐하면 모 병원의 병원 개선을 하려면 자국인을 통해서 만들어진 수익들을 다시 병원에 제투자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투자를 안 하겠죠. 결국 이 법안은 병원을 소유한 사람들이 병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편법으로 자회사를 통해서 이윤을 다시 되가져 갈 수 있는 그런 통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생각을 하고, 실제 이번에 정부 발표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는 분들은, 의사 분들 중에.
◇ 김현정> 찬성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은 왜 찬성을 하시는 거죠?
◆ 노환규> 그분들 중의 상당수는 제가 지금 말씀드린 이런 편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그런 이유로 찬성하는 병원장님들이 많다고 제가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찬성은 그런 이유에서 찬성이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런 식으로 시행하는 곳들도 있을 것 아니에요?
◆ 노환규> 지금 영리법인의 순기능만을 바라보고 정부는 이런 것을 추진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싱가포르나 태국이나 이런 데서 성공적으로 일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순기능이 있을 수 있죠. 대신에 그 전제조건들이 있습니다. 공공의료의 기반이 먼저 탄탄하게 돼 있고..
◇ 김현정> 공공의료의 기반이 탄탄해야 된다?
◆ 노환규> 저희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93%의 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이어서 자기의 자본을 들여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아주 특별한 상황인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93%가 민간인데 사실은 공공기관인 것처럼 다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있는 거죠. 그런데 그걸 풀어준다 하면 그 순간부터 무너질 거다?
◆ 노환규> 무한경쟁으로 이것을, 여기에 자본이 투입된다면 그 자본들은 대부분 병원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고 이익창출의, 이윤의 극대화가 목적이 될 것이죠. 그렇다면 의사들은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의료전달체계가 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에 동네의원과 대형병원 같은 곳에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제 자본이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동네 의원들은 경쟁력을 더 잃게 될 것이고 1차 의료기관들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죠. 지금 이게 동네 슈퍼마켓들이 SSM에 의해서 없어지는 것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수가 있고 문제는 의사들이야 병원 문을 닫고 대형병원에 취업을 하면 그만이지만 1, 2차 병원이 사라지면 그 의료의 순기능을 담당할 의료기관들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동네슈퍼 줄어들 듯이 이제 동네 병원도 줄어들고 거기에서 또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 것이다 이런 말씀이에요. 의사들이야 큰 병원 취업하면 그만이라지만 결국은 또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거다 이런 말씀이신데, 청취자 한 분이 이런 질문하셨어요. 결국은 이것도 밥그릇 싸움은 아닌가요? 마치 철도민영화 얘기할 때 노조들 밥그릇 싸움 아니냐 얘기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