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철도도 '자회사'가 화두, 민영화의 지름길이냐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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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석한 전국 의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공공분야 곳곳에서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고,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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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야의 공통점은 정부가 공공성이 강한 곳에 자회사를 만들거나 승인하면서 민영화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자회사를 만든 것일 뿐 민영화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당사자들은 자회사가 곧 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의심한다.

자회사, 왜 문제일까?

◈ 자회사 형태의 영리법인, 영리병원과 닮은 꼴

의료계를 먼저 살펴보면 정부는 지난 13일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병원이 자회사(자법인)를 만들어 각종 영리사업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법인은 환자 진료의 목적에 충실하게 위해 일부 특수 분야를 제외하고 다른 영리 사업 진출을 금지시켜왔다.

정부가 병원의 자회사를 허용하면서 장례업, 산후조리, 매점 등 8개 분야로 한정됐던 사업이 숙박업, 여행업, 화장품, 의료기기, 건강식품 개발까지 광범위하게 풀린다.

심지어 목욕업과 체육업도 허용돼 병원이 운영하는 사우나와 헬스클럽이 생겨나게 된다.

물론 이같은 자회사는 의료계에서 오랜기간 화두가 돼 온 영리병원의 직접적인 형태는 아니다. 영리병원은 누구나 병원을 만들고, 병원이 직접 이익 사업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하지만 병원이 자회사를 중간에 끼고 간접적으로 영리사업을 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영리병원의 직전 단계라고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영리병원의 부정적 인식을 잠재우기 위한 새로운 형태라는 분석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자법인도 결국에는 모법인인 의료기관에서 출자하는 것이고, 경영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리병원의 전단계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효과도 비슷하다. 우선 자본력이 있는 대형병원들은 각종 영리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의료기관 자회사의 목적을 "병원의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인정한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을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1인실에 한해서는 병상 규정이 풀리면서 1인실을 늘리려는 의료기관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자회사의 제품을 패키지로 끼워서 과잉진료하는 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서울 시내 병원의 한 전문의는 "병원이 다른 곳에서 돈벌이를 찾는다면 의사들도 진료에만 집중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함께 병원의 자회사 허용을 결사 반대하는 이유이다.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의사들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의 잇따른 법개정 작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까지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부 아니라지만 규제완화는 시간문제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자회사는 영리병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의료법인의 영리화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자법인화가 되더라도 공공성은 지속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삼성의료원과 현대아산병원은 출자총액제한 기업에 속해서 해당이 안된다"며 "두 병원을 제외하고 나면 실상 해당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병원 경영이 어려우니까 부대사업을 조금 풀어주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단 대기업 삼성과 현대 계열이 빠져있으니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정부 기류를 결정짓는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묶여 있는 규제 조항들은 국회 법개정 사안이 아닌 정부 시행령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풀릴 수 있다.

"왜 우리는 안되느냐"는 논리가 나오면 규제 완화는 시간 문제인 것이다.

이번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발단도 대학병원에서 일부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풀어주자는 것이었다.

1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노동탄압 중단 범국민 대회'에서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장들이 철도 민영화 철회를 촉구,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철도 민영화, 합리적 의심일까 기우일까?

철도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가 단지 공사에서 출자하는 자회사일 뿐이고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는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15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노조는 무조건 민영화라고 우기고 있다"며 "KTX 법인은 민간 회사가 아니라 혁신을 시작하는 코레일의 자회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전초가 된다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자회사가 민영화와 관련 깊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일까 그저 기우일 뿐일까?

경제학자들은 자회사 설립과 민영화는 어느정도 연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회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영화로 연결될 수는 있다"며 "자회사를 만들어 놓으면 지분을 언제든지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교수는 KTX 자회사는 모회사의 자극을 주는 경영개선 목적이 어느정도 있지만 의료법인의 자회사는 영리성 추구가 강하다며 더욱 우려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갖는다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형식적으로 두개의 법인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동일체가 된다"며 "모회사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데 자회사는 영리를 추구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모회사는 공공성을 추구하고 자회사는 영리를 추구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회사 체제에 대해 "당장 민영화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지만 자회사는 기술적으로 언제든지 조직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면서 "자회사로 분류되면 회계를 따로 떼내 평가하기 때문에 성과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어 모조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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