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철도의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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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철도 경쟁,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야 할 때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외국 철도자본에 의한 시장개방으로 시작된다. 1894년 청일전쟁이 터지자 일본은 서울 인천을 잇는 군용철도 건설을 기획하고 현장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로 치면 MOU 비슷한 ‘조일잠정합동조관’이라는 걸 강제로 체결해 한반도에서의 철도부설권을 챙기기 시작한다.

한반도 철도에 눈독을 들인 외세에 떠밀려 조선 왕실은 1896년 경인철도 부설권을 미국인 제임스 모스에게, 경의철도는 프랑스 건설사인 피브릴르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가장 알짜배기인 경부철도를 일본에게 내준다.

한반도 최초의 철도이자 군사적으로도 유용한 경인철도가 미국인 제임스 모스에게 넘어가자 일본은 즉시 경인철도인수조합을 만들었고, 교섭 끝에 당시 5만 달러를 주고 모스에게서 경인철도를 넘겨받는다.

1899년 경인선을 개통시킨 일본은 1901년 만주까지 군사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경부선 건설을 서두르고 경부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한다. 경부선은 일제의 강점 후인 1917년 일본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1925년에 이르러 조선총독부 직영으로 바뀐다.

이후 일본 총독부는 일본 본토의 철도자본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전국 곳곳에 사설 철도망을 구축한다. 이 철도망은 한반도에서 수탈한 자원과 인력을 긁어모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한반도 역사에서 보듯이 철도는 처음 건설될 때는 개발 이익을 선진국 자본에게 남겨 주고, 그 경영이 외국 자본에게 넘어가면 나라의 자산을 쥐어짜 외국에 실어나르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 지키지 못해 먹히고 만 철도의 역사

박근혜 대통령이 '철도 민영화는 이미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냐'고 단언하는데도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현 정부의 성격이다. 김대중 정부 때 등장했다 비판여론에 의해 물러난 철도 민영화가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등장해 강하게 추진이 되었다. 수서발 KTX 노선을 민영화 대상으로 삼아 2009년부터 비공개로 민간 운영 방안을 연구하고 대통령 업무보고에 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책기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개인적 판단이 부정적이어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나 방향이 그대로라면 언제 다시 대두될지 모를 일이니 그렇다.

조선의 자본과 노동력 수탈과 군사적 침탈을 가속화 시킨 일제의 철도부설권의 폐해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멀게는 코레일 민영화 논란도 여기서 출발한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철도시장을 포함한 공공부문 개방의지를 밝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곧 바로 정부 국무회의에서는 국회논의도 없이 철도시장 개방을 포함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셋째, 박 대통령의 공약이행 실적이 미덥지 않은 탓도 있다. 어느 때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히고 지난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면 그게 끝이다.

정부는 우리 철도 기술을 발전시켜 해외시장을 확대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창조경제로 이어 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 해외진출을 창조경제 목표로 제시하며 올 여름 비전 선포식도 했다.

드디어 해외진출을 위해 제대로 힘을 쓰나 했는데 글로벌한 철도진흥이 아니고 적자 줄이기, 수익을 위한 노선 쪼개기가 전부라면 실망이다. 이명박 정부는 철도 해외개척을 '녹색사업'이라 부르며 민영화를 추진했고, 현 정부는 창조경제라 부르며 기껏 노선 쪼개기니 두 정부가 정책기조에서 다르다 볼 수 없는 것이다.

◈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철도는 거대한 시장이다. 철도 인프라 구조물, 철도차량, 시스템기술 등으로 나뉘어 해외 시장은 연간 200조 원 규모이다.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철도산업을 조선, 자동차에 이은 주력 산업으로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현 정부의 창조적 목표 아니던가. 좁은 우리 땅덩어리를 감안할 때 철도는 대륙으로 또 바다를 건너 뻗어나가야 한다.

▷산업별 해외 시장 규모(괄호안은 우리나라 점유율)
- 자동차 약 1,200~1,500조 원 (8~9%), 조선 약 100조 원(35~40%)
- 철도 200조 원(차량만 70조원, 점유율 2%), 항공기 약 500조 원(0.5%대)


우리 철도의 해외 철도공사 수주는 2012년 5건에 11억 달러 정도. 2011년이 8억 달러 정도였다. 싱가폴, 대만, 필리핀, 이라크, 이란, 인도, 일본 등에서 수주하고 있다. 늘고는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도시철도 건설에 가장 많이 진출해 있고, 일반 철도가 그 다음, 그리고 고속철도이다. 공사 수주가 아닌 용역 수주도 있다. 기본계획이나 설계, 타당성 조사, 감리 등을 중국, 콩고, 카메룬, 몽골,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에서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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