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대자보 학생, "'좋아요'만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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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안녕'한지 고민해봐야

대자보들이 붙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 (페이스북 캡처)

 



- 답답해하던 사람들, 대자보 보고 뻥 터진것
- 대자보 앞 지키는 동안 커피와 핫팩 받아
- 페이스북 등 이야기 나눌 공간 있었으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13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


◇ 정관용> 지난 12일 고려대학교에 ‘안녕들하십니까’라고 시작하는 한 대자보가 붙었어요. 그리고 며칠 안 지났는데 그 옆에 또 엄청난 양의 대자보가 붙으면서 지금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 내용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요. 처음에 이 대자보를 붙인 주현우 학생을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주현우>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금 경영학과 4학년?

◆ 주현우> 네. 4학년입니다.

◇ 정관용> 무슨 얘기를 쓴 대자보였죠?

◆ 주현우> 처음에 시작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이야기였는데요. 첫날에 파업을 했는데 단 하루 만에 4200여명이 직위 해제당한 것이 월요일날 보도가 됐었는데요. 저는 이제 저녁에 이 이야기를 듣고서 그런데 사실 요즘 같이 일자리가 없다 불안하다 이렇게 말하는 시기에 42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부족한 판국에 4200명을 자른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고.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일 텐데. 저는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조금 뭔가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자 이런 심정으로 썼습니다.

◇ 정관용> 철도노조 파업 얘기 들어있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문제 이 문제도 들어 있고. 그렇죠?

◆ 주현우> 사실 제가 그 책, 그걸 대자보로 썼을 때 첫 번째 1번, 2번 이런 식으로 이렇게 제가 써놓은 것은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좀 나눠서 하고 싶었던 의도였고요. 그래서 1번에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내용이 들어갔는데 국정원 개입뿐만 아니라 밀양의 송전탑 얘기도 들어 있고.

◇ 정관용> 송전탑도 들어 있고.

◆ 주현우> 네.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벌금과 징역 선고를 받은 일도 썼고. 그리고 사실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한 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고.

◇ 정관용> 이런 사회 현실을 쭉 언급하면서. 그래요, 우리 젊은이들 어떻게 하자는 얘기였죠? 이 대자보를 붙인 근본 취지는 뭐였습니까?

◆ 주현우> 대자보의 근본 취지는 단 하나도 안녕하기 어려운, 하나만 봐도 안녕하기 어려운 사태가 연이어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까 정말 우리는 안녕할까 사람들이 처음에 아침에 오면 다들 ‘안녕하냐’ ‘안녕하세요’ 이렇게 하기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상투적으로 ‘안녕하다’라고 얘기하지만 정말 안녕한지 안 한지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고민해 봐야 되지 않겠냐. 전혀 지금 안녕 못한 상황에 대해서 혹시라도 일종의 가면이랄까요? 그냥 그런 식으로 안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지 우리들한테 되물어야 된다. 이런 느낌으로 적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대학생들도 자기 취직 걱정만 하지 말고 사회적 이슈에 좀 관심 갖고 고민하고 생각해 보자? 이런 취지다?

◆ 주현우> 그렇죠. 왜냐하면 후반부에서 얘기했지만 결국에는 그런 사회적 문제들이 내가 사는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이게 마치 그냥 소설책을 보든 영화책을 보듯, 그냥 영화를 보듯 뭔가 내가 아닌, 그러니까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안녕하다’라고 ‘안녕하신가’라고 여쭤보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대자보 붙고 나니까 그 옆에 무려 30 몇 개가 더 붙었다고요?

◆ 주현우> 네, 지금은 40개 정도 됩니다.

◇ 정관용> 그 내용들은 또 다 각양각색이에요? 아니면 다 사회적 이슈들입니까?

◆ 주현우> 다 다릅니다.

◇ 정관용> 각각.

◆ 주현우> 제가 하나씩 다 읽어봤는데 내용들이 다 다릅니다.

◇ 정관용> 또 어제 오늘 1인시위도 했다고요.

◆ 주현우> 아, 그게 아니라 정확하게 얘기하면 사실 월요일날 그런 일이 터졌고, 제가 화요일날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대자보는 화요일부터 시작해도 느리게 시작을 했어요, 옆의 대자보들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요일에도 추가적으로 1000여 명이 또 직위해제가 처리되었고 그 다음 날에도 400여 명의 직위해제가 처리가 돼서 이런 과정 속에서 이게 뭔가 지금 단순하게 사실 그때쯤이면 페이스북에 이 글이 회자가 됐다는 걸 뒤늦게 알긴 했지만 단순하게 ‘좋아요’, 또는 ‘공유하기’ 수준에서 얘기할 게 아니라 정말 우리 학우들, 그리고 더 크게는 다른 사람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그냥 글이 좋은 수준이 아니라 ‘이 글을 봐 주십시오’로 호소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당장 그 글 앞에 쓴 사람이 가서 서 있는다면...

◇ 정관용> 본인이 쓴 글 앞에 계속 서 있었다, 이 말인데. 지나다니는 학생들의 반응이 어때요?

◆ 주현우> 많이 놀랐는데요. 처음에 8시 반부터 나왔었는데요. 날이 엄청 춥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어려웠는데 바로 서 있는지 5분도, 10분도 안됐는데, 지나가시는 분이 따뜻한 음료를 주시기 시작해서 정말 그냥 그 자리에 서 가지고 10시간 동안 받은 캔이 70개, 80개가 되고요. 그 날이 또 하필이면 목요일이었는데, 눈이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피켓을 양손에 들다 보니까, 눈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니까, 그렇게 눈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우산도 가져다주시고 핫팩도 가져다주시고. 이것저것 너무 엄청 많이, 먹을 것도 갖다 주시고 그랬거든요. 그런 형식으로 계속 일종의 응원을 해 주신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학생들도 너도 나도 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고민도 있고, 생각도 있고, 걱정도 있는데. 또 자기 발등의 불이라 뭐라 못하다가 우리 주현우 학생의 글을 읽고, 그래 우리 같이 한번 고민해야지,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로군요?

◆ 주현우>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앞으로 그럼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세요?

◆ 주현우> 앞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사실상 지금의 분위기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마치 물이 끓을 때 99도에서 100도가 되면 기체가 되지만, 사실 그건 1도밖에 안 올라간 거잖아요. 그것처럼 제가 한 일은 별다른 일이 아니고 지금 있는 사람들이 너무 답답하고 이게 울화가 치미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할 만한 그런 공간이 있다든가 이런 것에서 갈 곳을 잘 못 찾았다가, 어느 한 곳이 그냥 뻥 터지듯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런 일들을 적극적으로 내 스스로 나의 문제로서 얘기할 수 있고,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내고. 그걸 통해서 사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 공간들은 예컨대, 페이스북 이런 곳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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