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손실 용산투자, 외압 의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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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 관행 벗어나 정치 외압 있었는지 정치권이 규명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0월 18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정관용>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고 했던 용산개발사업, 이제 무산되어 버렸죠. 그런데요.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이 무려 13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입게 됐답니다. 어쩌면 앞으로 한 500억 가량의 추가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이렇게 무리한 투자로 국민연금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것,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연명> 안녕하셨습니까?

◇ 정관용> 이런 투자결정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죠?

◆ 김연명> 최종적인 투자결정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에 국민연금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라고 있습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실무적인 투자결정을 최종적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기금운용본부.

◆ 김연명> 네.

◇ 정관용> 그러면 국민연금공단 내에 있는 것 아닙니까?

◆ 김연명> 네, 그렇죠. 정부기구라고 보시면 돼요. 공무원들은 아니지만.

◇ 정관용> 그러니까 외부 무슨 자문을 얻어서 하는 것도 없고 그냥 독자적으로 자기들이 다 결정하는 거예요?

◆ 김연명> 아니, 그렇지는 않고요. 투자자문위원회라든지 이런 기구들은 형식적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문위원회에서 100% 다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말 그대로 자문 역할만 하는 거고. 최종적인 결정은 기금운용본부에 있는 기금운용 책임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식을 책임지는 펀드매니저라든지 채권투자를 책임지는 펀드매니저라든지 다 그런 분들이 실무적인 결정을 최종적으로 하죠.

◇ 정관용> 용산개발사업 투자 같은 거는 주식이나 채권 전문가가 아니라 이건 어떤 전문가가 했을까요?

◆ 김연명> 그쪽은 투자 명칭 중에요. 부동산이나 혹은 이런 거를 대체투자라고 합니다.

◇ 정관용> 대체투자.

◆ 김연명> 네.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투자상품 말고요. 이런 도시재개발 사업이라든지 아니면 빌딩을 산다든지 부동산을 산다든지 이런 걸 통칭해서 대체투자라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렇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 누가 책임을 져요, 안 져요?

◆ 김연명> 책임은 묻기가 좀 그렇죠. 그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것이 아닌 이상은 국민연금 기금이 요새 한 400조원이 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연명>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다 보게 되면 예측치 못한 사태가 벌어져서 부분적으로 손실이 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마 이번에 용산투자 같은 경우는 이게 정상적인 투자절차나 투자관행에서 벗어나서 혹시 정치적 외압이 있지 않았냐라는 의혹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연명> 그런 부분들에 대한 책임은 국회라든가 이런 데서 파고들어가야 되겠죠.

◇ 정관용> 그렇죠. 용산개발사업이 상당히 삐그덕댈 것이라고 하는 전망이나 예상 같은 거는 벌써 오래 전부터 나오지 않았습니까?

◆ 김연명> 네, 그런 부분에서는 완전히 그렇게 깔끔하게 의혹이 해소가 안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 대목에서 삐그덕거릴 수도 있는 사업에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1300억이라는 돈을 투자하는 데 혹시 외압이 없었나. 이걸 밝혀야 한다 이 말이군요?

◆ 김연명> 그렇죠. 그런 것들은 정치인들이,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몫이고요. 일반적으로 정부가 운용하는 이렇게 거대한 단기금이. 투자운용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이 정치가 개입하는 거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연명> 그걸 정치적 위험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그 동안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개혁을 통해서 국민연금 기금에서 정부 혹은 정치인들이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라든지 정보공개가 충분히 안 된다든지 이런 문제점이 계속 남아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 고쳐나가지 않으면 정치적인 위험으로부터 기금 손실이 발생되는 경우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금 400조원이라고 하셨고 그게 세계 4위의 규모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 김연명> 정부통계는 조금 틀린데요. 예를 들면 정부통계에서는 미국이 갖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 같은 게. 우리나라가 400조원인데 우리보다 한 10배가 더 커요. 4000조원 정도 쌓아놓고 있죠. 미국통계는 빼버리고 그래서 절대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국민연금 기금이 GDP에서 몇 %를 차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개념입니다.

◇ 정관용> 그렇겠네요.

◆ 김연명> 왜 그러냐 하면 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금융이라든지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 정관용> 맞아요.

◆ 김연명> GDP 대비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하고요. GDP 대비로 보게 되면 우리나라가 대략 GDP 대비 한 32% 정도 규모를 갖고 있는데 당연히 세계 최고입니다.

◇ 정관용> 최고예요?

◆ 김연명> 우리나라보다 조금 GDP 대비율이 낮은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이 한 27%, GDP 대비. 스웨덴도 한 27%.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절대금액에서는 열 배가 크지만 미국 GDP가 워낙 크니까 GDP 대비로 하면 17% 이 정도 됩니다. 그래서 실상 세계 제1위의 기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게다가 이 400조가 아주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 않습니까? 우리.

◆ 김연명> 네.

◇ 정관용> 최대 얼마까지 증가하죠? 몇 년도에?

◆ 김연명> 2040년대 전후해서요. GDP 대비 한 50%가 넘어가게 되는데. 세계 역사상 이렇게 단일한 공적연금 기금을 많이 쌓아놓는 나라가 없어요. 전무후무한 실험을 지금 하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많이 쌓아두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아, 이 돈에서 나중에 우리가 연금을 다 주니까 많이 쌓아두는 게 좋겠구나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게 까딱 잘못하면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큰 손실을 입게 되면 정말 재앙이 오는 거죠?

◆ 김연명> 그렇죠. 예를 들어서 하나를 말씀을 드리면.

◇ 정관용> 그런데 잠깐만요. 이렇게 많이 쌓아둔다고 표현하셨지만 2040년까지 쭉 계속 적립금이 올라가잖아요.

◆ 김연명> 네.

◇ 정관용> 그런데 그러다가 또 불과 한 10, 20년 만에 다 고갈된다면서요.

◆ 김연명> 그렇죠. 0원이 되죠. 한 20년 만에.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안 쌓아놓을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 김연명>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요. 제가 두 가지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많이 쌓아놓는 게. 그렇다고 제가 기금을 쌓아놓지 말자라는 주장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너무 많이 쌓아놨을 경우에 2008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왔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연명> 그때 스웨덴이 GDP 대비 한 27% 정도 국민연금 기금을 쌓아놓고 있었는데 마이너스 28% 수익률을 기록했어요. 그러니까 100조원짜리가 갑자기 70조원으로 가치가 하락이 된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연명> 그런데 우리나라도 1997년에 외환위기가 왔었고 그다음에 2008년도에 금융위기가 왔었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기금을 쌓아두는 과정에서 그런 금융위기가 오면 회복할 기간이 있어요. 그런데 기금이 최고점에 올라갔다가.

◇ 정관용> 줄어드는 과정에서.

◆ 김연명> 기금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그런 금융위기가 한번 오게 되면. 거기에서 나오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하기가 힘든 겁니다.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쌓아두지 말자는 주장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럴수록 그러면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하나요?

◆ 김연명> 적당히 쌓아두어야 된다라고 주장을 하는데요. 물론 그 적당히가 몇 %냐에 대해서는 저도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너무 크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기금 규모가 너무 커서 생기는 부작용이 굉장히 많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연금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건데요. 그렇죠?

◆ 김연명>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 정관용> 국민연금을 다 걷으면 그 돈은 어떻게 해요. 걷지 말아야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 아니에요.

◆ 김연명> 그렇지는 않죠. 국민들이 많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으니까 이거 큰일이 나는 거 아니냐.

◇ 정관용> 아니죠. 못 받는 건 아니죠.

◆ 김연명> 많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거를 다른 각도에서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지금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운영되는 제도가 건강보험제도거든요. 건강보험제도 1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험료로 내는 게 28조 9조원 정도 돼요. 국민연금 보험료하고 비슷합니다, 규모가. 그런데 건강보험에 기금 하나도 없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걷으면 다 쓰죠.

◆ 김연명> 건강보험 기금이 없어요. 그런데 건강보험 기금이 고갈나서 나라가 망할 거라고 걱정을 하나도 안 하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연명> 그 해에 거둬서 의료비가 지출되는 것만큼 그냥 쓰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이 돼도 지금의 건강보험처럼 운용하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해에 필요한 돈, 예를 들어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서 100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100조원 중에 70조원은 보험료로 걷고. 모자라는 부분은.

◇ 정관용> 세금으로 하고.

◆ 김연명> 세금으로 걷어서 연금을 주면 됩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이 훨씬 더 일반적인 방식이고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다 그렇게 운용을 하고 있습니다. 기금을 많이 쌓아두는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스웨덴, 캐나다, 미국 한 5개 나라밖에 안 돼요. 오히려 기금을 많이 쌓아두는 나라가 예외적인 거죠.

◇ 정관용> 그럼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면 당장 나가야 할 돈은 그렇게 많지 않잖습니까?

◆ 김연명> 그렇죠.

◇ 정관용> 그럼 그 필요한 만큼만 거두면 된다 이 말인가요?

◆ 김연명> 아니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지금 한 400조 정도 쌓여 있는 돈을 우리 사회가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우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하게 되면 기금을 안 쌓아놓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게 쓰일 수 있고 사회발전에 유리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기금을 다 없애자, 이건 굉장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는 얘기고요.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는 분도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요긴한 곳에 좀 쓰자. 자꾸 쌓아두려고만 하지 말고, 이 말씀이군요.

◆ 김연명>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400조원이 쌓여 있는데 다 그 돈이 어디에 들어가 있느냐. 주식에 한 110조원이 들어가 있고요. 채권에 한 270, 280조가 들어가 있어요. 다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습니다. 주식 하나를 예를 들면 주식이 한 80조원 있는데 그 80조원 중에 85% 되는 금액이 다 어디에 들어가 있느냐. 상위 100대 기업 주식에 들어가 있어요.

◇ 정관용>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니까 또 그렇죠.

◆ 김연명> 안전하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를 하는데 그걸 뒤집어서 얘기하면 전 국민이 거둔 보험료를 대기업한테 몰아주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군요.

◆ 김연명> 그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나 재벌들이 왕성하게 투자활동을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소득수준 올리면 당연히 그렇게 투자하는 게 맞죠.

◇ 정관용> 김 교수님, 오늘 아주 1300억 손실로 시작해서 연금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들었습니다. 새롭게 한번 고민을, 정말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단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김연명> 네.

◇ 정관용> 지금 계속 쌓아두는 이 방식 자체에 대해서 정말 근본적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앙대학교 김연명 교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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