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예멘 신부들, 빈곤과 전통의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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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통일후 적법 결혼연령 규정도 없어져

 

13세 때 강제 결혼한 사다는 이제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한 예멘 친정의 비좁은 집에 거의 무일푼으로 돌아와 있다.

아이들과 같이 쓰는 작은 방에 앉은 사다는 "이제 남편이 다시는 더 필요 없다"면서 "이혼하고 공부하는 것이 소원의 전부"라고 말했다.

훨씬 연상의 남성과도 결혼해 살면서 '죽음의 신부들'이 되기도 하는 이들 어린 신부는 예멘의 빈곤한 부족 사회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사다의 아버지는 병을 앓아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식구 수를 줄이려고 5년전 딸을 시집보냈다. 그러나 딸은 남편이 예멘의 수도 사나의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앵벌이를 하도록 강요하자 친정으로 도망쳐왔다.

이제 18세가 된 사다는 "남편이 자주 때리고 나와 가족에게 욕설을 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이름 사다는 아랍어로 '행복'을 의미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다는 "이웃들의 도움에 의존해 연명하는 우리 생활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남편과 함께 사는 것보다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여동생 암나 역시 3년 전 13세 때 아버지의 빚 10만원가량을 갚아주기로 한 남성과 결혼했다.

남편에게 학대받다 5개월 만에 도망쳐나온 암나 역시 "조혼의 희생자"라며 "많은 사람 앞에서 남편이 나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후리아 마쉬후르 인권장관은 최소 결혼연령을 17세로 설정한 2009년 법안을 18세로 올려 부활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극우 보수파 의원들의 반대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 예멘의 통일 이전에 북예멘은 15세, 남예멘에서는 16세에 결혼하면 적법했다. 그러나 통일 이후 예멘에는 나이 제한을 구체적으로 정한 법규정이 없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예멘에서 15세 이전에 결혼하는 소녀가 14%, 18세 이전 결혼은 5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8세 소녀가 훨씬 연상의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도 있다.

예멘 어린이 보호기구인 세야즈의 아메드 알-쿠라쉬 대표는 "어린 신부를 학대하고 굶기며 섹스를 강요하는 남편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활동가인 아르와 오트만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을 가장한 성폭행"이라고 비판했다.

어린 신부들에 대한 폭행과 사망 사건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008년 실업자인 부친의 강요로 20살 연상의 남성과 결혼한 8세 소녀의 이혼을 법원이 허가해 보수적인 예멘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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