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살인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 정 모씨가 부인도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6일 "구속된 정 모(29)씨가 오늘(26일) 오전부터 '처(숨진 김 모씨)와 공모해 모친과 형을 살해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 모씨는 줄곧 아내의 범행 가담을 부인해 왔다.
경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경북 울진에 시신을 유기할 당시 아내와 차량에서 함께 내렸다'는 피의자 정 모씨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모친과의 갈등과 도박 중독, 과소비 등으로 인한 생계 곤란을 이유로 모친의 재산을 노린 것'이라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정 모씨는 지난 7월 말쯤 아내와 함께 모친 김 모(57)씨와 형 정 모(32)씨를 살해하기로 공모하고 범행 전에 비닐과 표백제 등을 구입했다.
범행은 지난달 13일 차남 정 모씨가 인천시 남구 용현동 소재 모친의 자택에서 모친과 대화 중에 목을 졸라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날 퇴근 후 모친의 집에 온 형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한 뒤 형을 살해했다.
이 같은 근거로 경찰은 지난달 13일에 차남 정 모씨가 범행할 당시 부인과 4차례에 걸쳐 80분가량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모친과 형을 살해한 정 모씨 부부는 지난달 14일 오후 2시 4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 25분사이에 형 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경북 울진에 형의 시신을 매장하고 강원도 정선군에 어머니 김 모씨의 시신을 유기했다.
어머니와 장남 정 씨는 지난 23일 강원도 정선, 24일 경북 울진에서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또 범행 전인 지난 7월 말 쯤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 등 시신 유기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남의 부인 김 모씨는 최근까지 사체유기 방조 등의 혐의로 이미 구속된 남편과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고,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아 오다 지난 25일 피의자 신분이 됐다.
그러나 김 모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경찰조사에서 '살해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이런 가운데 26일 오후 2시 20분쯤 김 모씨는 자신의 집 현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김 씨의 시신을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정 모씨를 상대로 계속해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숨진 김 모씨가 유서를 통해 주장한 '경찰의 강압수사'에 대해 감찰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김 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술하게 피의자를 관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CBS노컷뉴스 라영철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