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채 총장은 오늘(13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소송과는 별도로 유전자 검사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채동욱 총장이 정면 돌파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 정면 돌파 승부수 왜 긴장감이 도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채동욱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나?
10여년 동안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며 아들을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자료사진
= 채동욱 검찰총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채 총장은 어제(12일) 대검찰청 구본선 대변인을 통해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변인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의혹의 조속한 해소를 위하여 조정, 중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총장은 특히 "보다 신속한 의혹 해소를 위하여 소송과는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아울러 밝혔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할 의향이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능성이 높다는 건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냐?= 당연히 그렇다. 유전자 검사는 채동욱 총장이 받겠다고 해서 반드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반대 당사자인 채 군의 유전자 검사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채 군이 아직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호자인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어머니 임00씨는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씨는 편지에서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는 것과 "현재 제 바램은 어려움 속에 혼자서 키운 제 아이가 충격 받거나 피해당하지 않고 남들처럼 잘 커가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밖에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가 혈액형 검사하듯이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고 채 군의 머리카락이나 이런걸 가져가도 되는 간단한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유전자 검사가 어린아이의 인권을 침해 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 법조인은 "일단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채 총장이 받고 싶다고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2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관련해 <알려드립니다>는 입장발표문에서 "조기에 유전자 검사 실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결정"이라며 "채 총장은 임씨가 조속히 유전자검사에 응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이전에 '혼외자' 문제가 제기됐을 때 유전자 검사를 했나?=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유전자 검사까지 가지 않았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부친인 방일영 전 조선일보 대표이사 회장(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던)의 경우 첫 번째 본부인에게서 1녀 2남을 첫 번째 혼외부인에게서 아들 셋을 두 번째 혼외부인에게서 2녀1남을 뒀다. 첫 번째 혼외부인의 자녀들은 친자로 등록이 돼 있었지만 두 번째 혼외자인 2녀1남은 친자 등록이 되지 않았다. 이들 남매는 방 회장 사망 후 친자확인 소송을 냈는데 방상훈 사장 등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자 피를 뽑아서 유전자 검사하자고 나섰고 방 사장이 이를 거부하고 재판부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해결됐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도 혼외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37살 A씨(여)가 낸 소송에서 친자확인에 필요한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아 패소했다.
차영 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손자를 낳았다며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조 목사의 장님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아이의 아버지라는 건데 유전자 검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혼외자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의 혼외자들이 직접 친자확인을 하자는 소송을 낸 것이니까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는 혼외자로 알려진 채모군의 어머니가 아니라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제3자인 조선일보가 혼외자가 맞는다고 먼저 주장한 것이다.
혼외자나 그 보호자가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면 당연히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거나, 친자임을 받아들이거나,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하겠지만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제3자 가 친자가 맞는다고 주장하면서 유전자 검사를 받으라고 하니 이 문제는 앞의 사례들과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렇지만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고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을 텐데?= 그 점이 핵심 쟁점임을 채동욱 검찰총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변인을 통해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단은 앞으로 진행되는 절차를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정면 돌파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채동욱 총장이 정면 승부수를 띄운 건 아무래도 임00씨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임씨는 편지에서 '채동욱 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두 사람의 친분이 오래됐다는 것과 학생부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으로 기재한 사실이 맞는다는 걸 인정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기 보다는 오히려 의혹을 부풀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관계자는 채동욱 총장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검찰조직 전체의 명예와 사기 등과 관련돼 있어서 당장 일선검사들이 정상업무를 수행하는데 실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내기로 한 건 더 이상의 빌미나 의혹을 제기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늘로(13일) 혼외자 문제가 불거진 지 꼭 일주일인데 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의혹이 확산되면서 검찰조직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채 총장은 법률대리인으로 광주고검장을 지낸 신상규 변호사 등 2명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긴장감이 돈다고 하는 거냐?= 채동욱 검찰총장과 조선일보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소송은 간단한 '정정보도 소송'이지만 그 후폭풍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채동욱 총장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검찰총장 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일보도 언론사로서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받으면서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지금은 손해배상 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하지 않지만 이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런 허위보도 문제로 검찰총장이 흔들리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총장은 검찰총장의 신분으로는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이나 형사고소(명예훼손)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총장과 가까운 법조계관계자는 "일단은 조속한 의혹 해소를 위해 정정보도청구소송만 내지만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민사소송과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고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오늘(13일) 신문에서 채동욱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형사 고소는 안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았는데 채동욱 총장이 형사고소를 피한 것이 아니라 총장 재직 중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도 내심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이번 보도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할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SNS에서나 인터넷에서는 조선일부의 보도형태를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건 그렇고 '혼외자' 정보를 누가 흘렸는지는 확인됐나?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여러 설들이 나돌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혼외자' 의혹과 관련된 정보를 흘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실명이 나돌아 다니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현직도 있고 그렇다. 누가 왜 흘렸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려질 수도 있고 '설'로만 떠돌아다니다 끝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누구에 의해 왜 제기됐느냐 하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제기에 대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이다"라고 발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간 직후 일부 극우성향의 인터넷매체에서는 채동욱 총장의 낙마를 예측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채동욱 총장 흔들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채동욱 총장의 문제를 흘린 곳으로 의심받는 곳은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내부 등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의 감찰을 담당하는데다 임명 전 본인의 동의를 받아 검증을 위한 광범위한 주변 조사를 실시하므로 다양한 정보나 첩보가 있는 곳이다.
국정원도 정보를 다루는 곳인데다 공개된 채 군의 정보 중 학생부와 가족관계등록부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아 정보기관의 연루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면서 채동욱 총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혼외자'로 지목된 채 군의 정보가 나돌아 다니는 것도 문제 아닌가?= 그렇다. 학생부의 정보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예민한 문제로 거론됐다.
학교 정보의 경우, 해당 학생과 부모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자료이고 청문회에서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제출 받을 수 없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고위공직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린학생의 핵생부 기록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학교가 아이의 개인정보를 언론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성년자인 아이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게 문제다. 어떻게 11살 아이가 학교에 낸 개인 서류의 내용을 보도할까. 집 사진까지 냈으니 친구들은 다 알아볼 텐데…"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에서는 학생부 정보와 가족관계 등록부가 유출된데 대해 관련 기관이나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을 경우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