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공항서 3일째…그야말로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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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라면, 물 한통 쥐어준채 임산부, 어린이 등 막막한 기다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아 (마닐라 현지)

필리핀의 저가항공사죠. 제스트항공이 안전규정위반을 이유로 지난 주말부터 운항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당일에 운항이 중단되면서 예약을 했던 승객들이 날벼락을 맞은 겁니다. 휴가철이어서 워낙 승객들이 많았는데요. 지금 속속 귀국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도 공항에 발이 묶인 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해서 저희가 그 현지를 한번 연결을 해보려고 합니다.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연결해 보죠. 김정아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필리핀 칼리보공항 현장 (사진=제보자 제공)

 

◇ 김현정> 원래대로라면 언제 비행기를 타셨어야 됩니까?

◆ 김정아> 토요일 밤에 탔어야 돼요.

◇ 김현정> 그러면 한국에 언제 도착하셨어야 되죠?

◆ 김정아> 일요일 아침 6시에는 도착을 했어야 돼요.

◇ 김현정> 그런데 벌써 화요일 아침. 항공사의 운항중단 소식은 언제 들으셨습니까?

◆ 김정아> 출발해야 되는 날, 그 당일에 들었어요.

◇ 김현정> 원래 여행지는 필리핀의 세부섬이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마닐라에 계세요?

◆ 김정아> 세부에는 다른 항공편이 들어오기 힘들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세부에서 웅성거리면서 있을 때 그 얘기를 들었어요, 옆에서. 그래서 일단 뭐가 되든 되겠다 싶어서 마닐라로 온 거죠. 마닐라로 오는 사람들 중에 대부분이 무안으로 임시표를 사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온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일이 터지고 나서 세부에서 마닐라 거쳐서 우리 광주 무안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편이 하나가 추가가 됐기에 그렇게 가면 뭔가 방법이 있겠구나 싶어서 마닐라까지 오셨어요?

◆ 김정아> 일단 그냥 와 본 거죠.

◇ 김현정> 처음 운항 중단 소식 들으셨을 때는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떠나야 되는 바로 그날?

◆ 김정아> 뭔가 대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여행사도 있고 가이드도 있고 그랬으니까요.

◇ 김현정>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셨군요?

◆ 김정아> 네. 마닐라에 오면 다른 표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 김현정> 그래서 마닐라까지 왔는데, 왔는데도 뾰족한 방법이 없던가요? 큰 공항까지 왔는데도.

◆ 김정아> 마닐라에 왔을 때도 황당한 게 큰 여행사 사람들은 명단에 이름을 불러서 이름이 불려서 나간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한국에 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명단에 없는 사람들은 마닐라 공항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남아 있었어요.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하나투어에서는 전세기를 띄웠다던데 그런 식으로 큰 여행사 사람들은 이름이 불려서 나갔어요.

◇ 김현정> 그래서 큰 여행사 통해서 오신 분들은 지금 귀국을 하신 거고, 개별적으로 오거나 아니면 작은 여행사 통한 분들은...

◆ 김정아> 네, 못 갔어요. 큰 여행사 가신 분들은 한국 들어가서 지금 저한테 메시지를 주고 있거든요. 아직도 있냐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럼 지금 출발해야 되는데 못하고 계신 한국인이 대략 몇 분이나 계신가요?

◆ 김정아> 300명 정도 있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지금 마닐라 공항에서 이틀째인데 어디서 주무시고 계세요?

◆ 김정아> 공항에서 이틀 동안 노숙하는 분도 있고 마닐라에서 근처 호텔이나 방을 자기 돈으로 잡으셔서 공항으로 왔다 갔다 하시는 분도 있고, 제스트항공에서 해밀턴 호텔이랑 해리티지 호텔을 제공해서 거기에 운 좋게 들어가신 분도 있어요.

◇ 김현정> 제스트항공에서 제공한 호텔도 넉넉한 게 아니군요. 운 좋은 사람만 들어가는?

◆ 김정아> 완전 운이었어요.

◇ 김현정> 제스트항공 측에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항의를 하셨을 텐데, 뭐라고 합니까?

◆ 김정아> 제스트 항공 측에서는 직원이 아예 나와 있지도 않았어요. 아예 아무도 없었고 알바생만 2, 3명 있었는데 그 알바생들도 자기는 모르는 일이니까 기다려보라고만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연락을 한 사람은 누구예요? 이게 문제가 생겨서 오늘 취항 못합니다, 라고 얘기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 김정아> 저희 가이드요. 저희도 여행사 끼고 왔거든요.

◇ 김현정> 식사 같은 건 어떻게 하세요?

◆ 김정아> 식사는 제스트항공에서 컵라면이랑 물 줬어요. 그것도 한번 줬어요.

◇ 김현정> 이틀 동안 컵라면 하나, 물 한통?

◆ 김정아> 네.

◇ 김현정> 그쪽 공항이 우리나라 인천공항처럼 최신시설, 안락한 시설을 갖춘 곳도 아닐 텐데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 김정아> 무슨 버스터미널 같아요. 지금 사람들 막 바닥에 누워 있고, 어린이도 있고 임산부도 있는데 담요 같은 것도 없어요. (한숨)

◇ 김현정> 승객들 중에 임산부도 있어요?

◆ 김정아> 네. 임산부도 있어요, 어린이도 있었고요.

◇ 김현정> 그런데 공항에 마치 우리 예전의 시골고속터미널처럼 그냥 널브러져서 다들 물 한통, 컵라면 드시면서 버티는 거예요?

◆ 김정아> 네, 줄 서 있다가 줄 새치기 당하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완전 아비규환이에요.

 

◇ 김현정> 지금 무책임한 상태로 놓여있는, 말하자면 짐짝처럼 된 셈인데 심경이 어떠세요. 이 기가 막힌 상황?

◆ 김정아> 일단 돌아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요. 대사관에서 사람이 왔다는데 한국에 갈 수는 있는 건지. 한국에서는 뭔가 대책이 있는지, 제스트항공에서는 뭔가 대책이 있는지, 비행기가 있기는 있는 건지, 그런 얘기만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어디서 나와서 책임 있게 설명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까?

◆ 김정아> 네. 없어요.

◇ 김현정> 제스트항공에서도 없고요?

◆ 김정아> 네. 없어요. 가이드들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어요. 가이드도 정확한 얘기를 못해줘요.

◇ 김현정> 필리핀 정부 측에서 누가 나와서 설명하는 사람도 없고요?

◆ 김정아> 없어요.

◇ 김현정> 우리나라 대사관에서도 왔다 가기는 했는데 설명은 없었습니까?

◆ 김정아> 내일 중에 비행기가 있을 것이다 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확정된 것도 없고, 명단도 안 받아 갔어요. 몇 명인지도 모르더라고요.

◇ 김현정> 끝으로 방송에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 김정아> 이 항공사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항공사인 줄 알았으면 안탔을 거고, 가이드들도 이거를 안 잡았을 텐데 여행사도 가이드도 모를 정도로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항공사를 왜 우리나라는 표를 살 수 있게 놔 둔거지 모르겠어요. 다른 항공사들은 타 보니까 이 정도는 아닌데 이 항공사 왜 아무 제약 없이 우리한테 표를 팔 수 있었던 건지 모르겠어요.

◇ 김현정> 유럽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이 항공에 대해서 우리나라에는 취항을 못한다. 이런 금지조치를 내린 곳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부실한 항공사에 대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여행객을 받도록 했는가. 왜 승객을 받도록 했는가. 이 부분에 대한 분노도 지금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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