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한주간]"10"…MB의 9호선과 박원순의 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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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8조원 규모의 경전철 사업 강행하나.

[CBS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윤주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줍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잡니다.

이정환(미디어 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 나쁜 민자, 착한 민자, 따로 있나?

이> 서울시가 짓고 있는 경전철 노선의 개수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지하철 9호선의 대주주인 맥쿼리 펀드와 계약을 중단하기로 하고 몇몇 보험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자 지하철의 실패를 경험했는데도 경전철을 이렇게 많이 짓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8조 5333억 원을 들여 경전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 8조원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요. 박원순 시장이 갑자기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요.

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른 것은 다 줄이더라도 이것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의 37% 정도의 지역이 지하철과 철도 서비스의 소외 지역이고 혼잡도가 153%인 열악한 철도 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경전철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게 박원순 시장의 주장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다 중단됐던 7개 구간을 9개 구간으로 늘리고 지하철 9호선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10개 노선, 114km의 철도망이 추가 신설되게 됩니다.

김> 실제로 지하철에서 먼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불편을 겪지 않나요. 서울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이야기는 그럴 듯하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이> 난곡동이나 신림동처럼 교통이 안 좋았던 곳은 혜택을 보겠죠. 결국 문제는 재원과 사업성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경전철이 곧 복지라고 말하는데 우선 순위를 따져봐야 할 거고요. 자동차 2000만대 시대에 좀 더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서울에 이미 충분히 많은 지하철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파리에서는 어느 지역에서든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는 말을 했는데. 1인당 도시철도 길이가 서울은 0.33km, 파리는 0.22km로 우리나라가 더 많습니다. 영국이 0.47km로 좀 길지만. 미국 뉴욕은 0.19km 밖에 안 됩니다. 일본 오사카는 0.12km, 호주 시드니는 0.05km입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도시철도가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용인경전철, 한 번 운행에 22명 정도…경전철도 해마다 240억원 적자 예상

김> 정말 필요하다면 돈이 들더라도 지어야겠지만 의정부나 용인 경전철처럼 엄청난 적자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 “의정부나 용인에서는 경전철이 세금 먹는 하마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서울시는 이런 지방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1000만 명이 이 좁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이게 박원순 시장의 주장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이 용인 경전철 개통 100일째였는데요. 99일 동안 탑승객이 87만 9000명, 하루 평균 8800명밖에 안 됐습니다. 당초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14만 명이 탈거라는 수요예측이 있었습니다. 하루 운행횟수가 398회니까 한 번 운행할 때 22명 정도가 탄다는 이야기인데요.

김> 애초에 수요예측이 부풀려졌다는 거네요.

이>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요예측을 부풀려야 사업을 따낼 수 있으니까요. 적자가 나면 용인시가 메꿔 줄 것이고요. (지하철 9호선에 있었던 MRG, 최소 운임수입 보장은 빠졌지만 비용 보전이라는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7만 명이 돼야 흑자가 나는데 1만 명도 안 된다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용인시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해마다 295억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운임수입 보장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가) 개통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8500억 원을 물어주기도 했습니다. 용인시는 경전철 배상금을 갚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 예산을 크게 줄였습니다. 답답한 상황이죠.

김> 의정부 경전철은 어떤가요.

이> 지난해 7월 개통됐죠. 의정부 경전철도 사업계획에는 하루 7만 9049명으로 잡혀 있는데 실제로는 하루 1만 1000여명 수준으로 해마다 24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김> 박원순 시장의 이야기처럼 서울시는 인구가 많으니까 다르지 않을까요.

이> 서울연구원의 수요예측을 다시 검증했더니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하더라는 결론입니다. 민간 사업자가 제안한 수요의 60~70% 수준으로 낮춰 잡아도 경제성이 있다는 건데요. 논쟁이 이렇게 되면 믿음의 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도 못 믿겠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충분히 낮춰 잡았으니 괜찮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이나 용인 경전철 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많지만 지하에 건설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됩니다.

김> 그래서 민자 사업으로 하겠다는 걸 텐데요.

이> 서울시는 공사비용의 50%, 3조 9494억 원은 민간자금으로, 38%(3조 550억 원)는 서울시가, 나머지 12%(1조 1723억 원)은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사비용뿐만 아니라 개통 이후에 보조금도 상당할 거라는 겁니다. 지하철 9호선만 해도 맥쿼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애초에 지하철이라는 게 적자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 요금을 1550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는데 거부당했죠. 결국 적자가 난 만큼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구조였습니다. 서울시는 경전철도 지하철과 같이 기본요금을 1050원으로 한다는 계획인데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고스란히 서울시의 부담이 될 거고 결국 세금으로 메우게 되겠죠.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내년 4월까지라서 결국 그 부담은 다음 시장이 떠안게 될 텐데요. 연임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 10개의 경전철을 꼭 한 번에 시작해야 하느냐는 비판

김> 필요하다면 세금을 들여서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이> 그렇습니다. 문제는 굳이 10개를 한꺼번에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겁니다. 당장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 등 재원 마련이 절박한 상황인데 경전철에 쏟아 부을 여력이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초연금은 서울시가 아니라 자치구의 부담이라 서울시에서 나몰라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해서 일단 가장 사업성이 좋은 한 두 노선부터 해보고 다시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겁니다.

김> 이명박의 9호선과 박원순의 경전철이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요.

이> 서울시는 민자 사업자의 수익률을 6%대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맥쿼리는 9%까지 받았는데 이번에 맥쿼리가 빠져나가면 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5%든 6%든 서울시가 직접 운영을 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민간 사업자들에게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하철이든 경전철이든 어차피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적자를 보충해 주고 이익까지 챙겨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줄이면 사업을 하겠다는 데가 없을 거고, 이익을 챙겨주자니 세금으로 특혜를 지원하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차라리 100% 재정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맥쿼리가 9호선에서 손을 떼도 서울시가 적자 채워주고 이익 보장해줘야

김> 이번에 맥쿼리를 사실상 내쫓은 건데요. 30년 짜리 사업인데, 애초에 계약이 잘못돼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이> 네. 서울시가 내쫓게 되면 계약 위반에 따른 해지 지급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맥쿼리가 사업권을 팔고 보험사들이 사는 그런 방식으로 철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8000억 원 정도를 받고 나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보험사들도 이 8000억 원에 대해서 채권 수익률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보고 들어온다는 건데요. 맥쿼리가 나가더라도 지하철 9호선은 요금을 올리지 않는 이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서울시가 적자를 채워주고 또 적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건 다행인데 민자 사업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 우리 동네에 경전철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수요예측을 잘하고 수익률을 적정 수준에서 맞추면 성공적인 경전철이 될 수도 있을까요.

이> 지하철 9호선도 그렇고 용인 경전철도 그렇고 공사를 끝내고 기부채납을 한 뒤 30년 동안 사업권을 갖게 됩니다. 30년 동안 최대한 본전을 뽑고 이익도 내야 한다는 건데요. 경전철이 정말 필요하다면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하고 공사화하는 방법도 가능할 텐데요. 서울시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가 적자라고 하지만 방만해서라기보다는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공기업은 방만하고 민간기업은 효율적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지하철도 그렇고 경전철도 그렇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공공 인프라 사업인데, 그걸 민간에 맡기고 이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옳은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예측이 관건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민간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세금이 지출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10.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경전철의 노선 개수였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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