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원 들어서는 미군기지 全구역 발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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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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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부산 하야리아 기지 '위해성평가' 결과 축소·왜곡… 철저한 조사 이루어져야

[오염으로 신음하는 미군기지] 주한미군기지의 상징인 용산기지의 2016년 반환을 앞두고 오염 정화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는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와 SOFA 개정 문제를 집중 취재·보도한다.[편집자 주]

부산시민공원 조감도. (부산시민공원 홈페이지 캡처)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하야리아 미군기지 모든 구역이 발암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해성평가' 결과 보고서를 축소·왜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 하야리아 보고서 '축소 은폐' · '왜곡' … 총체적 사기극

CBS노컷뉴스는 지난 6월 24일 <[단독] 미군기지 발암 위험 은폐…"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009년 실시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위해성평가 보고서(<캠프 하얄리아="" 환경오염="" 조사="" 및="" 위해성평가="" 결과="" 보고서="">. 환경부/환경관리공단. 이하 <하야리아 보고서="">)를 입수해 단독보도했다.

<하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하야리아 기지 내부를 A부터 K까지 11개 구역으로 나누어 위해성평가를 실시한 결과 C, E, F, G 등 4개 구역에서 최대 발암위해도가 허용범위(10^-6 ~ 10^-4)를 넘어 10^-4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10^-4 : 10의 마이너스 4승. 1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확률)

하야리아 기지가 발암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1월 14일 외교통상부·국방부·환경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소재 하야리아 기지의 경우, … 미 측의 자체 조치 등에 따라 해당 (오염) 면적이 전체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0.26%에 불과했다"고 발표하면서, 발암 위험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가 <하야리아 보고서="">를 토양·지하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정밀검토해 본 결과, 보고서 내용 자체부터 심각하게 축소·왜곡된 것으로 새로 밝혀졌다.

◈ 하야리아 보고서, '꼼수'와 '속임수'로 일관

<하야리아 보고서="">는 본문 185쪽에서 '[그림 4.5-1] 발암위해도 분석 결과 모식도'를 통해 발암위해도가 '10^-4 ~ 10^-6'으로 나타난 지역을 '미 환경청(EPA)의 발암물질 허용위해도 범위'라고 표현하면서 위해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본문 193쪽과 요약문 xiii쪽에서 "발암위해도 10^-4 이상, 비발암위해도 1 이상인 지점과 인접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1'지역(500㎎/㎏) 우려기준 이상인 오염된 토양의 총 면적과 부피는 각각 1,396㎡, 3,217㎥이다. 전체부지 면적 대비 허용위해도 초과 지점의 오염토양 비율은 0.26%이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같은 위해성평가 결과를 근거로 내세워 외교통상부·국방부·환경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소재 하야리아 기지의 오염면적이 전체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0.26%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해성평가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특히 이 부분에서 위해성평가 내용에 대한 심각한 축소·왜곡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 '허용위해도 범위' → '정화 불필요 범위'로 둔갑

전문가들은 '미 환경청의 발암물질 허용위해도 범위(10^-6 ~ 10^-4)'에 대해 "토지 용도 등과 같은 조건에 따라 이 범위 안의 한 값을 위해도 기준으로 삼아 정화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지, 이 범위 안에 있으면 정화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하야리아 보고서="">는 '허용위해도 범위 안에 있는 지역은 정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으로 왜곡한 뒤 허용위해도 범위를 초과한, 10^-4 이상 지점 4곳에 대해서만 정화대책 수립이 필요한 것처럼 정화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경우 실제로 이 범위 안에 있는 한 값(10^-4, 10^-5, 10^-6)을 특정해서 위해도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주(State)가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설명처럼, 미국의 대부분의 주들은 10^-6에서 10^-4 사이의 특정 값을 위해도 목표 기준으로 정해놓고 엄격하게 오염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다 주 환경보호국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29개 주는 10^-6, 10^-5, 10^-4 중 한 값을 위해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각 주의 발암위해도 기준.

 

◈ 미국은 '100만 명 중 1명' … 한국은 '1만 명 중 1명'

발암위해도 기준을 10^-6으로 하느냐 10^-4으로 하느냐는 정화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발암 가능성을 '100만 명 중 1명(10^-6)'까지 낮추느냐 '1만 명 중 1명(10^-4)'까지 낮추느냐 하는 목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정화 수준이 100배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가장 덜 엄격한' 10^-4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주는 9개뿐이다.

주거지역의 누적 오염물질 발암위해도 목표를 10^-5(10만 명 중 1명)으로 정한 주가 18개나 되고, 주거지역의 개별 오염물질 발암위해도 목표를 가장 엄격한 10^-6으로 정한 주도 무려 26개에 이른다.

특히 플로리다 주는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산(상)업지역까지도 발암위해도 기준을 모두 10^-6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 하야리아 기지 전(全) 구역에서 '미래 어린이 공원 방문자' 발암 위험

우리나라 환경보건법에도 위해성 기준과 관련해 "초과 발암위해도를 적용할 경우 위해성 기준은 10^-6 ~ 10^-4의 범위에서 환경부장관이 정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하야리아 기지에 대해 위해성 기준을 10^-5으로만 적용하더라도, 11개 구역의 절반이 넘는 6개 구역(A, C, E, F, G, I)에서 발암위해도가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플로리다 주처럼 10^-6의 기준을 적용하면, '미래 어린이 공원 방문자'와 '미래 실외 근로자'의 경우 11개 구역 전체에서 발암위해도가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야리아 기지의 경우 어린이들이 자주 방문하게 될 (부산시민)공원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가능한 가장 엄격한' 기준인 10^-6이 적용됐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덜 엄격한' 10^-4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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