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예상도. (용산공원 홈페이지 캡처)
용산 주한미군기지 오염사고가 특정 구역이 아닌 기지 전체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해, 전방위적인 오염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이 공식 인정한 최초 오염사고인 1998년 용산기지 내 초등학교 인근 기름 유출 사고 이후 15년 동안 기지 내부와 주변지역에서 모두 16건의 오염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지 반환 이후 공원으로 조성될 메인포스트(Main Post)와 사우스포스트(South Post) 지역에서 14건이 발생했다.
특히 오염사고 발생 지점이 특정 구역에 집중되지 않고 기지 중심으로부터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용산공원 조성 예정 지역에서 발생한 미군 오염 사고 현황.
◈ 주한미군, 1건만 환경부에 통보주한미군 측은 14건 오염사고 가운데 지금까지 단 1건만 환경부에 통보했다. 2002년 5월 발생한 캠프 코이너 유류 저장탱크 기름 유출 사건이 유일하다. 나머지 오염사고는 주민 신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고 발생 이후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오염 지역의 정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다. 미군 측에서 정화작업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더라도, 우리 측에서 기지 내부에 들어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사고가 드러날 때마다 미군 측은 오염 지역의 지하 유류탱크를 제거하고 집수정과 인근 배수로에 흡착포 설치 등의 정화 작업을 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정화 내용은 검증되지 않아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지 외부에서 발견된 기름 유출의 경우는 서울시에서 계속 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녹사평역과 캠프킴(Camp Kim) 주변지역 등의 기름 유출로 지금까지 오염이 확인된 대지 면적은 최소 1만 2,235㎡(약 3,700평)에 이른다.
녹사평역 주변은 2003년부터 정화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오염지하수 3,420㎥와 부유기름 134ℓ를 제거했다. 캠프킴 주변 역시 2008년부터 오염지하수 653㎥와 부유기름 187ℓ를 제거했다. 서울시는 두 지역 오염을 정화하는 데 그동안 58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정화 작업으로 오염 농도는 서서히 줄고 있지만, 여전히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와 같은 발암물질과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
◈ "용산기지 내부 땅 다 갈아엎어야 할지도"서울시는 근원적 정화를 위해 용산기지 내부 오염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 왔고, 지난 17일 열린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원회에서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 인근 유류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기지 내부 조사가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환경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 내부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에 기지 내부 조사를 거부하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전향적인 부분"이라면서도, "앞으로 논의 과정 등을 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기지 내부 조사를 거부할지, 받아들일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오염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온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용산기지 내부 오염 상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용산기지는 미군기지 중에서 환경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라며 "용산기지 땅 전체를 갈아엎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 국장은 "공원으로 조성하든 다른 용도로 개발하든 기지 전 지역 토양과 지하수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철저한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