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가족 "늘 미안하다던 父, 생일선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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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소식, 뉴스 보고 알아
-대책반, 유족에겐 얼굴도 안 비쳐
-생존자 고향갔다며 숨기기까지
-현장에 중단지시 없었다 증언 확보
-아버지 보고 싶은 마음일 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실종자 가족 000씨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여전히 실종 노동자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흙탕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고요. 물도 워낙 많이 차다보니까 퍼내는 속도도 빠르지가 않은데요. 이 순간 누구보다 애가 타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 여섯 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대표해서 한 분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분은 실종자의 아들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해보죠.

사고자 가족들이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현장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사고 소식은 언제 들으셨습니까?

◆ OOO> 밤 11시 35분경, 뉴스 보고 들었어요.

◇ 김현정> 지금 사고가 난 게 오후 5시경으로 알려져 있는데, 밤 11시에 뉴스를 보고 아셨어요?

◆ OOO> 다들 뉴스 보고 오셨더라고요.

◇ 김현정> 회사에서 가족들한테 연락이 간 게 아니라, 뉴스 보고 가족들끼리 알음알음해서 왔다는 얘기예요?

◆ OOO> 네. 그리고 저는 새벽 1시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가서 몇 시간이 지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브리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물어보고, 물어보고, 물어봐서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과장이나 대리 정도 되시는 분이 설명을 해 주시는데 대개 부족하더라고요.

◇ 김현정> 정확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 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

◆ OOO> 그러다가 높으신 분들이 오니까 천막치고 브리핑하고 세팅하고 다 하시더라고요. 아침에 브리핑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브리핑이 가족브리핑이 아니고 기자브리핑을 하더라고요. 기자 한 50명 모아놓고 브리핑 하는데, 저희 쪽에는 얼굴도 한 번 안 비추고 죄송하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했었거든요. 울화통이 터져서...

◇ 김현정> 따지셨어요?

◆ OOO> 과격하게 좀.

◇ 김현정> 그럴 수밖에 없죠. 울화통이 터져서 따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

◆ OOO> 그랬는데 생존자가 1명이 계시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현장에 계시던 노동자들 중에 탈출한 분이 한 분 계셨다?

◆ OOO> 총 8명이 팀이라는 거예요. 1명이 돌아가시고 6명이 실종됐는데, 그러면 그 한 분은 어디 가셨냐고 하니까 고향으로 내려 보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살아 있는 1명, 그 중요한 목격자를 고향으로 내려 보냈다고요?

◆ OOO> 그래서 그분을 지금 빨리 불러달라고. 이거는 정말 부탁이라고.

◇ 김현정> 그러니까 현장에 한 팀으로 있던 사람은 모두 7명이 아니라 8명이었고, 그 중 1명이 살아서 탈출했다. 혹시 그분하고 통화가 되셨어요?

◆ OOO> 면담을 했어요.

◇ 김현정> 만나셨어요?

◆ OOO> 네.

◇ 김현정> 그분이 뭐라고 증언을 합니까?

◆ OOO> 최초로 사고가 났던 게 1,000m 지점인데, 거기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밥을 먹고 오후에 다시 들어간 건데, 그 전에 ‘일단 비가 많이 올 것 같다.’ 이런 식으로만 통보하고, 작업하러 그냥 들어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현장관리자가 ‘비가 많이 올 것 같다’ 이렇게 얘기만 하고, 오후작업에 그냥 투입을 했다는 거예요?

◆ OOO> 네, 1,000m 정도 들어갔는데 원래는 지하니까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1,000m까지 들어갔는데 무릎까지 물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 희생자분이신데 주임님께서 판단하시고 ‘이거 심상치 않다, 빨리 나가자.’ 그래서 뛰어나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50m까지 뛰어나갔는데, 펑 소리가 나면서 엄청 강한 바람이 불면서 다 넘어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차단막이 수압에 부서지면서 바람이 훅 들어온 거군요?

◆ OOO> 바람이 먼저 훅 들어와서 넘어지고 얼마 뒤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때 다들 뛰셨는데 거의 반쯤 오셨을 때 불이 나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전등이요. 그래서 생존하셨던 분은 맨 앞에서 무조건 미친 듯이 뛰어나가셨고, 나머지 분들은 일렬로 이렇게 나가시잖아요. 원래 최초에 한 분 돌아가셨다 하셨잖아요. 그분이 두 번째로 뛰어가시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넘어지고 돌아가신 거고요.

◇ 김현정> 맨 앞에 뛰었던 그분만 살고 나머지 분들은 지금 돌아가시거나 실종되거나 이런 상태군요. 지금 알려진 바로는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시공사 관리소장한테 알렸고, 그래서 관리소장은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한테는 전달이 안 됐는가, 이 부분은 혹시 좀 조사를 해 보셨어요?

◆ OOO> 그냥 다 했다고 하는데 실제 그 현장의 생존자는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하고요.

◇ 김현정> 생존자분의 말에 의하면 현장에 있던 노동자 누구도 어떤 작업 중단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

◆ OOO> 네, 그래서 제가 혹시 몰라서 인터폰이 고장 났었던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고장 난 것도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현장에 설치된 인터폰이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연락받은 적이 없다. 울리지 않았다, 이 말씀. 어제였죠. 사고 직후에 여동생이 아버지께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가 됐습니다. 이거 뉴스 보셨죠?

◆ OOO> 네.

◇ 김현정> “아버지, 비가 많이 오는데, 괜찮나요?”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저녁 7시 반만 해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으리라고는 가족들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신 거예요?

◆ OOO> 네.

◇ 김현정> 아버지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고 계시다는 걸 알고는 계셨어요?

◆ OOO> 몇 십 년 일하셔서 그냥 아빠가 하는 일이고, 조심한다고, 조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힘들다고 내색은 안 하셨어요?

◆ OOO> 네.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생일이었거든요. 아버님이 여기서 일하시면서 돈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그동안 아들한테 선물 해 준 게 없다고 하시면서 선물을 하나 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한 달 뒤에 찾을 수 있는 건데, 사고 이틀 전에 전화가 와서 그걸 꼭 찾아야 된다, 꼭 찾아야 된다, 꼭 찾아야 된다고 계속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선물이 뭐였길래요?

◆ OOO> 18K 장식인가, 조그만 거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18K 장식같은 건데, 내가 생일 선물로 맡겨놨는데, 꼭 찾아야 된다, 이 말씀을 사고 나기 이틀 전에 하셨어요?

◆ OOO> 네.

◇ 김현정> 아버지가 그 생일선물을 못 보고 실종되신 거네요.

◆ OOO> 맨날 아들한테 받기만 해서 미안하시다고 몰래 준비하셨더라고요. (울음)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가족들이 오랫동안 뿔뿔이 흩어져 사셨다면서요?

◆ OOO> 네. 저도 직장이 천안이고 동생이랑 어머님도 직장이 부산이고, 아버지는 객지생활을 하셔 가지고요.

◇ 김현정> 말하자면 각각의 생계를 위해서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야 되는 상황이었군요.

◆ OOO> 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처음으로 해외여행 가기로 계획도 세워놓으셨다면서요?

◆ OOO> 그런데 아버님이 시간이 안 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랑 동생이랑 저랑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나는 이 공사 때문에 시간 안 되니까 너희들 가라.

◆ OOO> 네. 시간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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