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생존자 "피투성이 둥둥…죽을 힘 다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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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수칙이나 장비 전무…무조건 나오는 수밖에"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 현장에서 잠수부가 준비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탈출 요령은 없다. 대피 수단도 없다. 무조건 나오는 수밖에 없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의 유일한 생환자 이원익(41) 씨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6일 새벽 실종자 6명의 유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이다.

이 씨는 당시 사고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U자 형태의 배수지 안에 갑자기 물이 불어난 건 15일 오후 5시쯤. 평소 배수지 바닥에 찰랑찰랑할 정도로는 차 있던 물이 발목 정도까지 차오르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임경섭 팀장이 “나가자”고 한 것.

한 50미터 정도 달려갔을까.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배수지 안을 덮쳤고 그 바람에 인부 8명은 쓰려졌다. 불어난 물에 차단막이 터진 것이다.

이원익 씨는 "일어나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었다” 고 말했다.

당시 이 씨 앞에는 먼저 출발한 다른 인부들이 있었지만 넘어지면서 쇳덩어리인 레일에 부딪혀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이 씨는 “넘어져서 쇳덩어리에 부딪히기만 해도 기절할 수준이다. 나도 넘어져서 다쳤지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 발생 이틀 전부터 계속 비가 왔지만 비상 시 대피상황이나 안전 수칙 등에 대한 주의 사항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일 아침 조회 때 “도달구 쪽에 물이 2~3m정도 밖에 없으니 작업하라”는 얘기는 들었다. 이들 인부들은 사고가 날 때까지 바깥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에 설치돼있던 비상인터폰은 이들이 나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다음은 이 씨와 실종자 가족들간 나눈 대화 전문이다.


- 실종자 가족 : 마지막에 나온 이원익씨 맞죠? 회사쪽에 부탁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건 몇시에 작업이 들어갔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

= 이원익 : 작업은 따로 지시받고 이런 건 아니고 아침조회 때 오늘 작업 지시가 내려오면 하루종일 그 일을 하는 걸로

- 동아지질 현장 소장이 구호 외치고 들어가자, 수위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이런 거 없었어?

= 안에 가서 도달구 쪽에 물이 2~3m 정도 밖에 없다고 들었다. 아침에 그렇게 듣고 들어갔다. 사고날때까지 계속 모르고 일을 했으니까

- 만약에 사태에 대한 대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라는 이런 거는 없었어?

= 네 그렇죠. 지하에 잘못들어가면 터질수도 있고 그러잖아여 물이 터져서 들어났을때 안전요령이나 어떻게 빠져나와라 탈출 요령 없다. 무조건 나오는 수밖에 없어. 따로 대피수단 없어. (안전 마스크, 배치돼 잇는 거 전혀 없었다.) 저까지 모두 8명 있었다.

- 들고 나가시다가?

= 갑자기 물량이 불길래. 임경섭 씨.? 여덟명중에 대표가 임 씨. 그분이 빨리 나가자고 ..나오고 있는 와중에 도달구에서 막아놓은 막이 터졌는데 바람이 막 밀려오더라고. 다들 넘어졌다. 지점에서 50미터까지 나오다가 바람 맞아 넘어졌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젊어. 보통일이 아니다싶어 무조건 달렸다

박명철씨. ..(우리 아저씨에요) 다 뛰었다. 나는 무조건 달렸다.

- 뒤쪽에 다들 휩쓸려 버리신거..?

= 무조건 달렸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었다. 경등이 터널 안에 있는데 등이 있는데 불이 확 꺼졌다. 암흑상태니까..

- 전기 차 없어?

= 배터리 차가 있는데 다른 인부들 먼저 타고 나갔고. 우리는 다시 들어오면 타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

- 그럼 비상통신시설 있었지 않냐?연락 받았어?

= 못받았어. 경보도 없었고. 인터폰은 있는데..(작동은 하죠..네.)

- 인터폰만 했으면 다 살았네

= 네

- 여기는 이야기가 4시 15분에 중지 명령을 내렸대. 근데 현장 소장이 무시했다는 거.어쨌든간 지하에서는 못받은거.

= 네

- 임주임이 주도해서? 퇴장하라고 한거?

=네 (주위..우리 아저씨는 못나왔어요..)

- 감전된 거 아냐?

= 차단기는 내려가서 감전은 안됐을 걸. 비상등이 잇길래 그거 들고 달렸어.

- 700~1000미터 정도 뛰다가..?

= 바닥에는 항상 물이 조금씩 흐른다.

- 바닥에 물이 얼마나 있었다고?

= 철수 할 때는 발목 높이. 레일은 안잠기고. 받침도 안잠기고.

- 배수구에서 물이 들어오면 물이 떨어질 거 아냐.? 물막이 있지 않아? 그게 뭘로 해놨는데 터져?

= 철판있어.

-6~7 m??? 정도 된다는데?

= 볼팅 다 해놨어.

- 시공사측에서 잘못해놓고..그런거아니냐..

= 임 팀장이 지시하는 바람에 뛰다보니까 바람이 불어서 넘어졌다. 다 넘어졌죠. --씨는 제일 뒤쪽에 있었을 걸. 다들 5~6미터 사이에..

- 700미터 정도 나와서?

= 등이 나가버렸죠. 출발 하자마자 50미터 지점에서 바로 바람맞았어. 그리고 나는 무조건 달렸다. 근데 다른 분은 못따라왔어.

- 물이 한꺼번에 왕창 쏟아졌구먼. 공기 딱총된거지.

= 일단 바람이..중간에 물막이가 있었는데 뻥..터져버린거

- 회사측에서는 작업을 할 때 수압이나 날씨를 보고 서울시에 통보하고 작업을 하라고 하면 하라는데..

= 그건 모르겠다. 작업 인부라서..특별한게 있으면 아침에 조회할 때 얘기하니까 그런 거는 잘 모르겠다.

- 정확하게 사고 시간이 어떻게?

= 안에서 시계가 없어서. 거의 한 5시 다 됐을 걸.

- 뛰어나오시니까 1분에서 2분정도 계속 뛴거?

= 2분 정도.

- 사람은 안밀려 나왔던거.? 물만?

= 네. 자재는 다른 게 없고. 레일만. 밑에 처박히면..거의 그냥.. 발같은 게 걸리면 저도 넘어지니까 다 까지고 멍들고 쇳덩어리에 부딪히면 전부다..

- 머리높이에서 5060센티도 안됐을 걸. 되게 낮았을걸

= 제가 요렇게 수그려야 하니까. 1미터 20이니까....

- 그런데 돌아가신 분은 어떻게?

= 그분도 박명철씨랑 제일 앞에 뛰었어. 어떻게 떠오르셨는지..제일 먼저 나오더라 한참 뒤에..

- 천공기는 이렇게 들어가있어?

= 기계는 완공했기때문에 다 빠져있고. 레일만 복잡하게 쭉 ..

- 물에 밀려가지고 올건데..

= 저는 살았는데 물이 한대 맞으면 쓰러지죠.쇳덩어리 이런데 부딪히면 기절..

- 뚝방이 터진 것도 아니고 고여있다가 들어온건데..한강 물이 넘었는데...물이 그자리에 쌓여있었던거네(우리 아저씨는 거기가 터진다고. 우리 아저씨는 그래서, 아까 집에서 1주일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라도 내가 말려야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안했어. 알아서 하는가 했지요)

= 사전에 대책 없었고, 이런 상황에 대한 사전 교육 안전 교육 조례 등 없었다, 아침에 주의사항 얘기한 거는 그냥 수위만. 20~30미터 차있다 라는 이야기만 들었고 긴급 대피 등의 주의사항 들은 적은 없다.

- 마스크만 줬다뿐이지 탈출 위한 도구도 없었다. 터질 때 당시에는 다 생존해 계셨다는 거죠. 다 뛰어오시고 300미터 쯤 뛰었을 때 불이 다 꺼진 거고. 어디서 일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1000미터 정도에서..

-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니까 임경섭씨가 위험하니 나가자고 한 순간 펑 하고 바람이 불어와서 그랬던 거에요?

= 50미터쯤 걸어 나가고 있을 때..

- 임경섭 씨는 언제 내려온거에요?

= 처음부터 아침부터.

- 대피 안내도 인터폰도 없었다는 거잖아요.

= 임 주임은 따로 또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죠. 그거는 모르겠어요.

- 모르겠어요 그런 식으로 자꾸 몰고 가는데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그 사람들이 전달했다는 증거도 없고 죽은 망자를 그런 식으로 몰고가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거요. 당신이 일해봤으면 그 사람들 자기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들 책임감 얼마나 느끼는데 그런 식으로 몰고가요.

= 임주임이 그럴 사람은 아니다. (전달을 받았는데 퇴각을 안하고 일할 사람은 아니다)

- 전달을 받는 수단이 비상벨로 여기서 인터폰을 눌러버리면 거기 울리게 돼 있지 않냐는 거야. 그리고 개인적으로 받는다치면 받는 것 없잖아요.

= 전화기에요 전화기. 전화기 밖에 없어요 거긴.

- 개인 휴대전화 아니고 벽에 붙은 전화기라 하면. 못들었겠죠. 몇 시에 소장이 퇴각 명령 내렸다는 거에요. 현장에서 4시 10분에 봤다며?

= 시간은 못봤구요.

- 자기가 현장에 4시 10분에 갔다잖아. 중흥건설 현장소장 왈 16시 경에 물이 많이 넘어서 얘기해서 위험하니 빼라 라고 얘기했는데 이 쪽에서 안 했다는 거에요. 나는 분명히 얘길 했는데. 전화기 위치가 어디어디 있어요. 몇 미터 간격으로 있을 거 아니에요. 3~4미터 간격으로 있었던 거에요?

= 3, 4미터까진 안되고..

- 거기서 4시 50분에 인터폰 소리 들었어요 못 들었어요? 못들었죠. 사람 가지고 놀면 안돼. 이건 완전히 인재예요. 흑석동 배수구에 무선 있어요 없어요. 거기에 물이 왜 들어갔어요 물이 왜 차 있는 거에요.

= 같이 일하다가 살아나온 저보고 그렇게. 임주임 같은 분이야 회의도 들어가고 잘 아시겠지만 저야 어떻게 압니까.

- 사람이 죽어서 속이 상해서 한 소리니 이해하시고. 물이 어느 정도?

= 제가 나올 때는 물이 없었어요.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어요.

- 돌아가신 분 보셨어?

= 봤죠... 피투성이. 근데 앞에 추월했죠. 앞에 쓰러진..둥둥..(넘어졌어,,근데) 난 일어나자마자 뛰었죠. 밑에 공간이 있는데 끼어버리면..걸리면..레일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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