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희망의 대한민국, 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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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難民, refugee)은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피신한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는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아 발생하는 난민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파괴로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삼림파괴, 지구의 사막화, 가뭄, 홍수 등의 자연재해와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가 주원인이다.

전쟁난민은 고국의 분쟁이 끝난 뒤 돌아갈 희망이 남아 있지만 환경난민은 그마저 불가능하다. 곧 환경난민이 전쟁 난민보다 많아질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유엔 통계로 지구촌의 난민은 4천520만 명 규모이다. 고국에서 떠난 사람, 자국 내에서 떠도는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 망명 추방 등에 의한 무국적자를 더한 것이다.

난민의 55%가 아프간, 소말리아, 이라크, 수단,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다.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유혈사태와 전쟁으로 난민이 크게 늘었다.

◈ 난민, 자유와 희망을 향한 순례

나라마다 주권을 갖고 그 주권에 따라 ‘국적(country of nationality)’이란 말이 생기고, 국경을 넘을 때 국적이 어디인지 신분확인을 시작한 것은 18세기 들어서의 일이다.

난민 개념이 먼저 정착된 유럽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본격적인 난민 형성은 1685년 프랑스이다. 신교가 금지되면서 수십만 명의 위그노 개신교도들이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남아프리카, 독일, 프로이센으로 피난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동유럽에서는 인종청소라는 이름의 학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특히 1880년대부터 2백만 명 이상의 러시아 유대인들이 유랑 길에 올랐다.

1915년 무렵부터는 터키 지배 아래 소아시아에서 인종차별과 박해가 벌어져 1백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터키의 박해와 학살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1917년 러시아 혁명과 이후의 내전으로 1,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는데 난민에 관한 국제적 협력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

체코에서는 독일군이 체코 국경 지역에 진입하면서 1938년 10월 이후 15만 여명의 체코인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1938년 시작된 에스파냐 내전에서는 수십만 명의 에스파냐 공화주의자들이 난민이 되어 프랑스로 넘어갔다.

1943년 독일 나치정권 수립으로는 반체제 인사와 유대인 250만 명이 독일을 떠나 다른 국가로 흩어졌다.

독일인들도 2차 대전 끝 무렵 소련군이 밀려 내려오자 난민이 되어 피난을 떠났고, 폴란드에서는 독일의 전쟁 패배 후 독일인에 대한 인종청소가 벌어져 피난민이 생겨났다.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1948년 시작된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 1975년 보트피플로 유명한 인도차이나 난민(베트남 정부 통계로 베트남을 떠나 외국에 거주하는 인원은 270만 명 선), 1998년 코소보에 대한 인종청소 참극으로 78만 명 규모의 난민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지형적·기후적 특성 때문에 부족 단위로 1만 여개의 크고 작은 부족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19세기에 아프리카를 침탈한 영국·프랑스·벨기에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1만개 부족을 50여 개로 통폐합해 나눠 지배했다. 자기들 멋대로 국경과 민족을 정해버린 것이다.

강제적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국가 구성 후 갈등과 충돌이 격해졌고 종교갈등, 종족분쟁, 독재의 횡포, 민주화 투쟁과 탄압 등이 100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탈북 동포는 난민일까 이주민일까?

중국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않는다. 그렇다면 탈북 동포들은 이주민일까?

이주민은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선택하고 준비해 떠난 사람들이다. 고국과 연락하며 살고 자국 영사관.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돌아가고자 한다면 돌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난민은 핍박과 박해,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 나라의 보호를 받을 수도 요청할 수도 없다.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탈북 동포들이 어디에 속할지는 확연하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를 전후해 간도로, 만주로 난민이 되어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제주 4.3 사건과 6.25 전쟁 등으로 고국을 등진 사람들도 난민이다.

만약 주변 나라들이 우리 선조들을 난민이 아니라며 지금의 중국처럼 강제출국이나 강제소환으로 철저히 핍박했다면 어찌 됐을까? 그런 배경에서 우리나라에 들어 온 난민들을 경계심과 두려움으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범죄의 온상지가 되면 어떡하죠?"
"이제는 아프리카에서 떼거지로 몰려온다"
"우리는 전쟁 중인 나라, 전쟁 중에 남의 난민을 받아 들이냐?"

난민들은 특별히 범죄성향이 높은 집단이 아니다. 자유나 평화를 향한 열망이 오히려 강한 집단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난민비율은 0.0005% (20만 명 당 1명)이다.

OECD 평균은 0.2%로 우리가 최하위이다. 한국 0.0005, 독일 0.72, 미국 0.09, 일본 0.0018, 영국 0.43, 멕시코 0.0011 ....

지금까지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5,485명이고 329명만이 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률이 6%이다. 세계적으로 난민 인정률은 평균 38%에 이른다.

7월 1l일부터 ‘난민법’이 발효된다. 복잡하던 난민 신청 절차가 개선되고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고 정착을 돕는 교육도 실시된다. 이를 두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비난하고 나설 일은 아니다.

난민들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있는 힘껏 용기를 내 여기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자유와 희망의 대한민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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