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관계 연령 12.4세→17.7세…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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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탐닉한 대한민국…성교육이 대안이다⑧] 해외 성교육 사례, 네덜란드

노컷뉴스는 지난해 ''성에 탐닉하는 대한민국''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성문화의 기저에는 왜곡된 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교육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①''여자는 거칠게 다뤄야''…왜곡된 性
②우리 아이가 벌써 성에 눈 뜬 걸까요?
③"네 이웃을 조심하라"…성폭력 예방 1계명
④"솔직히 말해, 옷차림이 야하진 않았니?"…2차 가해 심각
⑤"자꾸 빠지고 찢어져요"…글로 배운 피임
⑥ "키스 다음도 묻고 할 거야…?"
⑦"야동은 연출…사랑은 없고 쾌락만 있다"
⑧첫 성관계 연령 12.4세→17.7세…어떻게?

(계속)
성교육을 통해 개인의 성 의식과 성 문화까지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1970년 중반 네덜란드 청소년의 첫 성관계 연령은 12.4세. (참고로 한국 청소년의 첫 성관계 연령은 13.6세 -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청소년의 무분별한 성관계와 임신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국가 차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성교육을 제도화한다.

성교육 내용은 남녀 신체 차이부터 임신과 출산 등 생물학적인 내용뿐 아니라 피임, 성행위, 이성을 만날 때 대화 기술, 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 등 넓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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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식은 100% 토론이었다. 선생이 왜 피임이 필요한지 열거하고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끔 수업을 진행한 것.

청소년들은 토론을 통해 성을 부끄럽거나 은밀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또한 여학생들에겐 타인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개인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키워주고자 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의식 캠페인 ''No means No''는 성관계에서 책임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매우 높게 향상시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가 "No(안 돼)"라고 하는 경우 ''No''로 받아들이지 그 의미를 ''Yes''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의나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성 접촉은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모든 성관계는 상대방의 동의와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회적 성 의식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안 돼요"라고 할 때 내숭이라 판단하고 "돼요"라고 자의적으로 해석, ''동의나 합의''가 아닌 상태에서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둘 사이에 데이트 강간이 발생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 외에 피임 교육도 철저히 했다. 1970년대부터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피임약과 및 피임 도구를 보급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덜란드 여학생들의 50% 이상이 첫 성관계를 가지기 전에 미리 피임약을 복용한다.

''더블 더치''(Double Dutch)라는 피임법 또한 적극적으로 보급됐다. ''더블 더치''란 남성의 콘돔 사용과 여성의 피임약 복용을 동시에 함으로써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많은 네덜란드 청소년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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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성교육은 30년 뒤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1970년 중반 12.4세였던 첫 성관계 연령이 2006년 17.7세로 바뀌었다. 첫 성관계 시 피임 도구 사용률은 95%로 올라갔으며, 이성교제 시 데이트 강간도 현재 전 세계 최하위다. 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소년 출산율과 낙태율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의지와 함께 학부모들이 보내 준 열렬한 지지 덕분이었다. 만약 학부모가 개방적인 성교육 정책이 오히려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반대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방적인 성교육,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에 피임법 등이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반적이다.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오히려 성관계를 부추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성교육 강사들은 일선 학교에서 강의할 때 "피임 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교육은 피해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네덜란드 사례 역시 가치관과 문화 등이 우리보다 개방적인 서구 사회니까 가능한 일 아니냐며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해외 사례가 우리에게 적용된다고 해서 똑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국 청소년의 임신, 낙태, 성폭력 등 성과 관련한 사고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한국과는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무엇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건 성교육을 통해 성 의식과 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점과 그 효과는 장기적인 투자를 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의 형식적이고 이름뿐인 성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계획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참고 : ① ''네덜란드와 한국 청소년 성 의식 비교'' (푸른아우성 제공)
②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20 - 피임≫ (피임 재키 베일리 글, 장선하 옮김, 내인생의책 출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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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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