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을''들의 반란, ''갑''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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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라면 상무''에 이어 ''장지갑 폭행사건''이 우리사회 ''갑과 을''의 관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라면 상무''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포스코 임원 항공기 승무원 폭행사건으로 사직한데 이어서 호텔 지배인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중소기업체 대표는 ''폐업''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지만 이른바 ''갑''이 ''을''에게 갑의 권위를 과도하게 행사하다가 그 역풍에 휘말려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똑똑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을의 반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갑''의 고압적인 태도에 당하기만 하던 ''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그 결과로 ''갑''은 갑으로서의 지위에 큰 타격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을의 반란''이 아니라 갑의 안하무인격 과도한 행동이 빚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을의 반란''이라기 보다는 ''갑''의 무리한 처신이 갑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을''들의 반란, ''갑''은 왜?"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현정 앵커와 방송에 출연하는 저의 관계에서 김현정 앵커가 갑이죠?

- 그런가요? 회사에서는 권영철 선임기자가 선배이니 갑 아닌가요?

= 방송하면서 김현정 앵커가 묻는대로 답변을 해야하니 제가 을이죠...(웃음)

''갑'' 과 ''을'' 갑을관계는 육십갑자 육갑이라고도 하고 육십간지라고도 하는데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10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지를 더해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등으로 60간지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갑을관계는 첫째, 둘째, 셋째, 이런식 표현하거나 영어로 A, B, C처럼 어떤 사람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하던 용어인데 법률 서적이나 계약서 등에 당사자를 갑, 을, 병으로 표현을 한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강자와 약자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갑''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강자를 ''을''은 칼날을 쥔 약자를 나타내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된다.

갑을관계는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 규제권을 쥔 공무원과 규제 대상이 되는 민간기업의 관계, 고객과 서비스업체 직원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전 코미디 프로에서 방송됐던 ''갑을 컴퍼니'' 기억나느냐? 여기에서는 직장 내의 상사와 직원간의 갑을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사장은 왕이다''는 말도 나오고 갑은 항상 우위에 서 있다. 갑을관계는 때로는 상사와 부하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같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갑과 을은 존재하고 심지어 가정 내에서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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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상무'' 사건은 방송에서도 많이 다뤘던 문제인데 기업체 회장의 폭행사건은 어떻게 된 것이냐?

= 문제가 된 업체는 KTX에 경주빵과 호두과자 등을 납품하는 프라임베어커리라는 소기업이다.

이 회사 강수태 회장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차를 정차시키다 호텔 직원과 언쟁이 벌어졌다. 강 회장의 주차 시간이 길어져 다른 필요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자 현관서비스 지배인이 다가와 차를 빼줄 것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이 호텔지배인에게 폭언을 했다.

이에 지배인이 "내 나이가 50대인데 왜 욕을 하느냐"고 항변하자, 강 회장은 "나는 나이가 70이 다 됐다"며 장지갑으로 지배인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조금 다른데 강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24일) 당직실에 가서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악수를 했는데 그게 기사가 될 일이냐"며 "거기에(자신이 차를 댔던 곳) 차를 대라고 해서 댔는데 금방 차문을 두드리고 차를 빼라 해서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욕을 조금했더니 그 호텔 직원이 나도 나이가 50이 넘었다고 해서 한 차례 때린 것이지 여러 차례 때린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적든 많든 그 직원은 서비스맨이다. 자신이 인솔해서 (자동차를) 대게 해놓고 1분도 안 돼서 빼라고 하니 기분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롯데 관계자는 "(강 회장이 해당 지배인에게) 너 오늘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라.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라며 어깨를 한 번 두드린 게 전부"라면서 "그 분은 그게 사과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1분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한참을 정차해 있었다. 차를 아주 빼라고 한 것도 아니며, 주차장 입구이니 차량 한 대만 들어가게 하고 다시 원위치하시면 된다고 누차 설명했으나 끝까지 차를 이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폭행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강 회장과 회사에 대한 항의는 물론 인터넷에 강 회장 폭행을 빗댄 각종 패러디물을 올리며 당사자와 회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누리꾼들은 프라임베이커리가 매출의 95%를 의지하는 코레일관광개발에 항의전화를 했고, 인터넷상에서 "KTX에서 호두과자를 사 먹지 말자"는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주 거래처였던 코레일관광개발이 프라임베이커리의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강수태 회장이 1일 언론인터뷰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용산세무서에(프라임베이커리의) 폐업 신고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까지 폐업하는 건 좀 심한 것 아닌가?

= 그렇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지배인에게 손찌검을 한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에 맞는 비난이나 처벌을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회사를 폐업하는 건 문제가 있다.

회장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잘못 때문에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됐다. 이 회사 직원이 21명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프라임베이커리의 강 회장이 잘못했으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회사를 폐업하겠다고 나서는 건 갑의 또다른 횡포가 아닌지 모르겠다.

갑을관계의 특성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갑''도 누군가의 ''을''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호텔에서는 고객인 프라임베이커리의 강 회장이 갑인 고객이고 호텔 지배인은 서비스를 하는 을의 신분이었다. 그런데 프라임베이커리는 KTX에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거의 전량 납품하니까 코레일관광개발이 갑이고 프라임베이커리가 을이 되는 것이다. 호텔지배인 폭행사건의 불똥이 코레일관광개발로 튀니까 갑인 코레일관광개발이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을인 프라임베이커리는 폐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은 KTX를 이용하는 고객이 갑인데 이 갑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니까 을인 코레일관광개발이 도리없이 납품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갑도 누군가의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영원한 갑은 없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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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 많이 봤을 것 아니냐?

=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얼마 전에 발생해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자살사건은 갑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

취재과정에서 ''자살''을 한 매니저의 가족과 통화를 했는데 을이 겪는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일어나자 백화점 법무팀에서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관여해 사건이 백화점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자살사건도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의 사망보고서(''변사보고서''라고 함)에 매니저의 사생활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부채가 어떻고, 재혼을 했고 등등의 경찰이 쉽게알기 어려운 내용들까지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자살사건이 일어난 뒤 소송을 검토했다는 한 유족은 "대기업인 백화점이 슈퍼갑인데 소홀하게 대비하겠느냐면서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자신이 겪었던 좌절감을 털어 놓기도 했다.

갑인 백화점이 입점업체 매니저를 고용한 직원들보다 더 심하게 다룬다고 매니저들이 토로한다. 백화점이 ''수퍼갑''으로 행세하면서 고용주 이상의 역할을 하고 세세한 것까지 간섭을 다하면서 무조건 복종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공직자들도 갑이다. 규제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기관의 경우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들에게는 ''강력한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강력한 수퍼갑인데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에 대해 저승사자보다 더 두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며 "영원한 갑"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거나 임직원 개인에게 주의나 경고 같은 징계를 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임직원 개인이 주의나 경고 등 징계를 받을 경우 승진도 안 되고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기관 재취업도 어렵기 때문에 금융권에 대해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많이 개선이 됐지만 지금도 인사청탁이나 이런게 올 경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가장 심한 건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이고 ''접대''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더 심하다. 대기업이 협력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니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한 임원은 "삼성협력업체를 하는 사람들 중 삼성을 좋게 얘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격 후려치기를 하느냐고 물으니 "신제품이 나오고 초기 3개월 정도는 가격을 제대로 쳐주지만 길어야 6개월 이후에는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데 심할경우 100원에 납품하던걸 90원에 맞추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29조원을 넘겼고 올 1분기 영업이익이 8조 7천억원이나 된다. 삼성협력업체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절반 아니 10%라도 협력업체에 나눠준다면 중소기업들이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격후려치기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계약서에 없지만 사업과도 전혀 무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일이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횡포와 압력이 있는데 인터넷에선 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계약을 ''을사(乙死)조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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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앞서 예를 들었던 항공기 승무원 폭행사건이나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의 호텔매니저 폭행 사건을 왜 ''을들의 반란''이라고 하는 거냐?

= 전통적인 갑을관계에서 보면 두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사건이 아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갑의 횡포''와 ''을의 수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그런 일을 당해도 그 회사 내부에서 마무리되거나 뒤풀이나 하고 말았을 수도 있는 사건인데 이제는 그러한 일들이 사회적 이슈화가 되고 결국 ''갑''으로서 행세하거나 때로는 횡포를 부리다 갑이 그 역풍을 맞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을들이 참고 견디던 것을 이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불만을 털어놓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일으키게 되는 현상을 ''을들의 반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을들의 반란''이 지나친 ''여론재판''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렇지만 갑의 횡포가 극에 이르다 보니 을들이 반란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라면 상무'' 사건이나 ''장지갑 폭행사건''은 문제를 일으킨 두사람의 성격 또는 캐릭터가 독특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한 건 ''갑''이 갑으로서 지위를 누리려고만 한다면 을들의 반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직장의 신'' 드라마나 출판계의 내부비리를 고발한 인터넷 카페 ''대나무 숲''도 을의 반란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면 상무'' 사건이나 ''장지갑 폭행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지만 이른바 ''갑''이 ''을''에게 갑의 권위를 과도하게 행사하다가 그 역풍에 휘말려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똑똑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을의 반란''이 아니라 갑의 안하무인격 과도한 행동이 빚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을의 반란''이라기 보다는 ''갑''의 무리한 처신이 갑의 위신을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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