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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동안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삼성전자에 대한 추징 세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 법적 쟁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세청은 지난 7월 26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약 7개월 동안 삼성전자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국세청은 당초 지난해 2월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삼성전자 쪽의 요청으로 5개월가량 늦춰졌다.
국세청은 삼성전자가 조사 연기신청을 한 뒤 시간을 벌어 세무조사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에 치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12월쯤 세무조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석 달 가까이 연장됐다. 통상 기업 세무조사는 3개월 안팎이면 끝나지만 이번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그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동안 이뤄졌다.
◈ 이전가격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대 쟁점이번 세무조사에서는 해외법인과의 거래인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에 대한 세무조사가 쟁점이 됐다.
이전가격이란 국내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제품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가격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백여 개가 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데, 본사와 해외 법인 사이에 완제품 또는 부품을 사고 파는 것이 이전가격이다.
이전가격은 법인세 부과에 필요한 주요 지표인데, 이전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탈루할 수 있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90% 가까이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이전가격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도 해외 법인과의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전가격에 대한 과세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이전가격 산정 부분에서 삼성전자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징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전가격 부분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팀과 삼성전자 회계팀의 이견이 컸다"고 전했다. 때문에 조율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대기업에 대해 국내소득의 변칙적 해외이전 혐의에 대한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해 앞으로 이전가격 문제가 다른 대기업 세무조사에서도 문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세무조사 당시 삼성전자 본사가 해외법인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고 받는 보증수수료나 서비스, 상표권 등에 대한 로얄티 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본사와 해외법인이 거래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낮추고 판매비용 등을 부풀려 국내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지는 않았는지도 집중 조사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과정에서 수량을 조작하는 등 부당 거래로 인한 세금 탈루가 있는지, 거래처와의 담합, 물품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삼성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도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비자금 조성 지시를 하면 계열사들은 그에 따라 비자금을 갹출했으며, 일례로 삼성물산의 해외 법인과 삼성전관(현 SDI)이 장비 구매계약을 하면서 공급 가격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며 94년 삼성물산과 삼성전관 해외 법인 사이에 체결된 합의서 등을 공개한 바 있다.
◈ 추징액 놓고 법정 공방 벌어질 듯
국세청은 현재 이전가격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벌인 뒤 최종 추징액 통보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07년 하반기 세무조사를 받아 180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추징금 액수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의 경우 정기 세무조사가 2차례 연장돼 지난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조사를 받은 뒤 1,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추징당한 적이 있다.
국세청은 과세적부심사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세심판 청구나 소송 등 법적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거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며 "이전가격 등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규정짓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 회계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전가격을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국세청에 이의신청제도인 과세전적부심사는 물론 소송을 통해 최대한 추징액을 줄인다는 방침이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