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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문, 다 어디 갔어 이거, 다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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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좋은 신문의 추억, 그 때는 이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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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프랑스의 대표적 보수우익신문 <피가로> 기자들이 지난 9일 결의문을 발표했다. 편집국장에게 보낸 결의문에서 기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피가로는 어느 정당이나 정부, 대통령의 홍보 삐라가 아니다. 신문으로서 의견도 싣는다. 현 여당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사건을 감추어선 안 된다. 기사는 물론 크고 작은 기사 제목들을 통해서, 뉴스를 전체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알 수 있도록 제작해야한다 .... 지난 수개월 동안 편집에 관해서 제기된 의혹들이 쌓였고, 일방적인 제목 표현들이 외부의 신문비평 난에서 차가운 비웃음을 샀다." (프레시안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의 기고에서 요약 인용)

이 결의문은 편집국장에게 전달됐다.

이 결의문을 건네 받은 피가로의 편집국장 왈, "여러분이 불만이 있으면 (좌파신문인) ''리베라숑''에 가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보수, 진보, 좌파, 우파를 떠나 기자와 편집진, 기자와 경영진이 할 말 하며 부딪히는 신문사면 괜찮은 신문사이다. 우리 보수신문의 역사에도 이런 장면은 있었다. 1989년 5월 15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1975년 조선일보 기자들의 경영진에 맞선 언론자유운동을 자유언론 실천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음을 인정하고 32명의 기자를 해고한 회사 측의 조치가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라. 이 같은 사실을 신문에 실어 독자와 국민에게 진실을 공표하라. 해직된 기자들에게 배상하고 원상회복 조치하라."

사주와 경영진에 맞선 조선일보 노조의 투쟁은 찬반투표에서 80.9%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노조원들의 51일 철야농성, 5일 단식 농성으로 이어졌다. 그런 파업직전 노조는 사측의 ''물 타며 시간 끌기'' 작전에 말려들었다.

"노조가 제시한 대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라고 합의한 채 파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끝낸 것이다. 그러나 노력한다고만 했지 언제부터 노력을 시작한다는 말이 없었던 게 함정이었다. 2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노력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그 때 노조위원장으로서 투쟁을 이끌다 말고 애매하게 사측과 합의한 기자가 지금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그 이후 차장, 부장, 부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2007년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단에 들어가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우리 언론의 역사를 살피면 언론사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다시 태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매일신보>다.

우국지사 양기탁과 영국 언론인 베델이 운영하던 <대한매일신보>는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서고, 고종의 친서를 신문에 게재해 일본의 강압적 침략행위를 고발하며 사설로 일본의 흉계를 꾸짖었다.

"오늘날 일본이 무엇을 믿고 조선을 집어 삼키려 하느뇨. 장창대포를 믿을 뿐이오, 육군해군을 믿을 뿐이로다. 오호라 일본아 제국주의의 헛된 영화를 탐내다가 스스로 우환두통을 사지 말지어다."

<대한매일신보>가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등 우국지사의 논설이 실리며 조선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게 되자 조선통감부는 치안을 방해했다는 죄목으로 베델을 경영에서 손 떼게 했다. 그리고 강제 합병 이후 조선통독부가 강제 매수에 나서 조선에서 제호에서 ''대한''을 떼고 <매일신보>로 바꾼 뒤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발행했다.

광복 이후 매일신보는 직원 자치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총독정치의 익찬(翼贊, 도와서 길을 인도한다는 뜻) 선전기관의 졸병 노릇을 통해 범한 죄과를 참회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600명 사원들이 자체적으로 신문을 발행해 나갔다. <동아일보> 등이 이를 인수하려 했으나 민족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기자로 주간 <한성순보> 기자이자 <만세보>, <대한민보> 사장을 지낸 오세창 선생을 추대해(이 때 82세) 민족신문으로 개편했다. 이 때 진보적인 성향이 문제가 되어 미군정과 충돌하며 발행이 일시 중단 됐다가 이후 제호를 바꿔 <서울신문>이 된다.

한국 언론자유 순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1년 말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걸로 세계 44위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츠와나 다음이다.

2012년 들어 다국적 홍보전문기업 에델만이 조사한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를 보면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는 2008년 이후 계속 떨어져 ''믿지 못하는 지역''(distrust)으로 분류됐다.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 변화 추이를 보면 2008년 60%, 2009년 55%, 2010년 50%, 2011년 50%, 2012년 조사에서 44%로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 기간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증가 추세였다.

정부나 정권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언론이 이를 비판하면 언론 신뢰도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그러지 못하니 추락하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 언론이 신뢰를 못 얻으니 언론이 기사를 잘 써줘도 정부 신뢰도 역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주도층의 정부 신뢰도는 지난해 50%에서 올해 33%로 떨어졌다. 18세 이상 일반대중은 31%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여론주도층 70%, 일반 대중 64%가 ''나라 상황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에델만 보고서는 이를 "심각한 붕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월말까지 한국신문협회가 신문의 날 표어를 공모접수한다. 어떤 것들이 나올까?

-1970년 "나라와 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

-1988년 "자유경쟁 시대의 신문"

-1995년 "세계를 읽는 신문, 미래를 보는 국민"

-2000년 "정보의 바다, 중심에 신문이 함께 합니다"

-2007년 "신문 읽는 습관이 가장 큰 투자입니다"

-2011년 "정확한 소식, 정직한 소리, 정다운 신문" (누가 이런 걸 써내고 뽑아준 걸까?)

올해 2012년은 ''트렌드''(개콘버전)로 봐서 이런 것이 뽑히지 않을까?

"좋은 신문, 다 어디 갔어 이거, 다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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