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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이상적인 노인복지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아파트 내 소규모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이웃들의 이해 부족으로 문닫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A 아파트 10X 호. 이곳은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그룹홈)으로 약 208 m²(63평)아파트 안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 9명이 사회복지사의 관리 아래 24시간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약 열흘 전부터 입주민 수십명이 밤마다 현관문을 찾아와 1~2시간 동안 다짜고짜 나갈 것을 요구하며 초인종을 누르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주민들은 지난 주말 저녁 아파트 앞에 모여 ''혐오노인시설 즉각 폐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일찍 잠이 들어야할 노인들이 불안에 떨고, 다른 인근 다른동 입주민들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6개동 790여 가구가 있는 이 아파트에는 2009년 5월부터 그룹홈이 들어서 현재 3곳이 운영중이다.
주민들은 그룹홈이 늘어나자 지난해 폐쇄를 요구하며 구청의 탄원서를 냈지만, 구청으로부터 법적으로 폐쇄할 이유가 없고 더이상 그룹홈을 늘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전세로 운영되던 그룹홈 중 한곳이 바로 앞집으로 집을 산 뒤 이사를 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그룹홈이 늘어나는 것으로 오인해 무작정 퇴거 요구를 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서명운동과 집회를 벌인데 이어, 구청에 탄원서까지 제출하고 그룹홈 전면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또, "냄새가 난다.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버린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 시끄럽다"등의 이유로 노인들의 바깥출입을 아예 못하도록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도 따로버릴 것을 요구해 노인들은 한달에 한두번 있는 나들이와 산책도 이웃들의 눈치에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그룹홈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 노인들이 편안하게 쉬듯이 그룹홈 어른신들도 TV보고, 식사하면서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먹을 만큼 조리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가정과 다를바 없이 배출된다. 의료용 폐기물도 직접 집에 방문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모두 수거해 간다"면서 "언젠가는 누구나 늙고 외롭게 되고, 힘이 없으면 옆에서 보조해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이곳 어르신들도 사회복지사와 함께 지내고 있는 것뿐이다. 무조건 노인들이 모여 있다고 혐오시설로 보고 폐쇄요구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표면적으로는 소음과 냄새, 주차공간 부족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집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A아파트의 한 주민은 "사실 노인들이 시끄럽게 떠들어서 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노인들이 모여있는 시설이 아파트에 몰려 있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고,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에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2008년 7월 6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모두 65곳에 이른다.
하지만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면서 애꿎은 노인들만 상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