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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예보가 장난인가? 주민들에게 전파하랬더니 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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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무원, 산사태 경보 발령 실태 충격…"더 이상 형식적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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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로 전국적으로 모두 76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산사태 예보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됐다.

그러나 지금의 산사태 예보 발령은 지극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 어떤 실효성도 기대하기 힘든 정도다.

집중 폭우가 내리던 지난 27일 오후 5시, 경기도 고양시는 관내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했다.

다음날 고양시의 한 구청 재난담당 공무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고양시 전역에 산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뿐아니라 산사태 예보(주의보 또는 경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산사태 주의보나 산사태 경보 같은 말은 못들어 봤다. 비가 많이 오면 호우 주의보나 호우 경보, 눈이 많이 오면 설해 주의보나 설해 경보 같은 것은 있지 산사태 주의보 같은 것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산사태 예보제도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 수준이 이렇다보니 지역 주민들은 말할 나위 없다.

이 지역의 한 산비탈 부근을 찾아가 주민에게 ''산사태 경보가 발령돼 있는지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40대 주부로 보이는 한 여성은 "그런 방송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산사태 경보를 호우 경보 같은 것쯤으로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현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부산시 남구청의 한 간부직원은 "이번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몹시 당황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산사태 주의보요? 그거는 잘 모르는데…"라고만 말하고는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 마냥 말 잇지 못했다. 질문이 거듭되자 그는 뜬금없이 "그 거는 지역경제과 소관인 것 같은데요"라며 횡설수설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예측정보를 참고해 산사태 경보나 주의보 같은 산사태 예보를 발령하도록 돼 있는 우리나라 지자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지자체의 산사태 담당자가 산사태 예보 ''발령''을 ''입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폭우때 산사태 경보를 발령한 강원도 태백시, 서울특별시 광진구,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산림과 소속 담당자들에게 ''산사태 경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발령했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들 모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산림청으로부터 휴대폰 문자를 받은 뒤에 산림청 사이트에 들어가 순서에 맞게 ''입력''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말하는 ''입력''은, 산림청이 산사태예측정보를 SMS로 보내오면 이것을 산림청 ''산사태위험지 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주의보'' 또는 ''''경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산사태 예보 ''''발령''''은 예보를 산림청에 ''''신고''''하는 일 밖에는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산사태 피해 예방을 위해 도입된 산사태 예보제도는 비상시 지자체 산림과 공무원들의 출석을 체크하는 수단으로 밖에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예보를 발령한 뒤 지역민들에게 전파하고,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일은 매뉴얼 속에나 있는 행위일 뿐이다.

산사태는 일상화된 기후변화로 국지성호의가 늘면서 최근 30년새 3배 넘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평균 산사태 발생 면적은 1980~89년 231ha에서 1990~99년 349ha로 늘어났고, 2000~2009년 713ha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산사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인식과 국가 예방체계는 안타깝게도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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