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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비리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농협 계열사가 불법 하도급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수수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농협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들을 독점으로 도급받으면서 불법으로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농협중앙회 산하 건설업체 지사장과 지역 건설업체 대표 등 53명이 무더기로 적발했다.
경찰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농협 산하 NH개발 경남지사장 이 모(58) 씨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과 불법하도급 등을 대가로 뇌물을 준 혐의로 하도급 업체 대표 정 모(52) 씨 등 건설업체 대표 25명을 포함해 모두 5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전 경남지사 팀장 안 모(41) 씨 등 7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 임직원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도내 농협발주 공사 193건을 독점 도급받아 공사대금 339억원 중 10%를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수법으로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모두 24개 업체에 공사 하도급이나 공사 감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모두 13억 7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 산하 종합건설업체인 NH개발은 서류상만 건설회사로 등록되어 있을 뿐 시설과 인력, 장비 등 시공능력을 전혀 갖추지 않아 실제 시공하는 공사는 1건도 없는데도, 각 지역 농협에서 발주하는 건축공사를 독점으로 도급받았다. 회사는 공사금액 중 10%를 수익금으로 공제하고 모든 공사를 타 업체에 불법 하도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일괄 하도급을 못 주게 돼 있지만, 이 업체는 전혀 공사한 것 없어 불법 하도급을 준 것이 맞다. 하도급 과정에서 공제한 30억원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번 돈이 아니라,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번 범죄 수익금이며, 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경남지역 농협에서 발주하는 공사 전부를 독점 도급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업체가 하도급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다시 상납을 하는 구조적인 비리로 보고 있다.
하도급 업자들은 많은 공사를 하도급 받기위해 NH개발 지사장과 직원들에게 경쟁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으며, NH개발 직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수수한 뇌물을 상납·분배함으로써 비리가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NH개발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들은 일부를 수익금으로 공제하고 재하도급이나 재재하도급을 거치거나 무면허 업자에게 시공토록 해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NH개발이 직접 무면허 업자에게 하도급을 주기도 하면서 모두 7명의 무면허사업자가 44건의 공사를 무면허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NH개발은 각 하도급업체에 이중견적서를 작성하여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그 차액을 되돌려 받거나 심지어 허위공사(일명 페이퍼공사)를 발주해 공사대금을 빼돌리기도 하였다.
경찰 조사 결과, NH개발 직원들은 시공현장에 가지도 않고 하도급 업자들에게 NH개발의 회사 점퍼를 입히고 명함을 제작하여 가지고 다니며 각 발주처에 하도급 영업도록 하거나, 공사대금 견적을 내게 하는 등으로 하도급 업자들이 NH개발 직원이나 공사감독인 것처럼 행세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받은 돈 가운데 4억여원을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와 각 농협장 등에게 상납하고 8억여원은 휴가비와 출장비, 영업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분배하거나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일주일에 2차례 이상 창원시내 고급 주점에서 술을 마시면서 1년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으며, 또 자신들끼리 먹은 술값까지도 공사업자에게 대납하게 하는 등 흥청망청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NH개발에서는 자신들과 비리 결탁이 쉬운 업자에 공사 일괄 하도급을 주고, 공사감독, 편의제공 등을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는 것이 되풀이됐으며, "지역공사는 지역 농협장들이 발주 지역건설업자가 효율적임에도 NH개발이 지정하는 부산 등 원거리업자가 시공하면서 발주권이나 시공권을 상실한 지역 농협장과 지역 건설업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10%를 가져온 것은 범죄수익이 아니라,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거친 것이며, 일괄 하도급을 준 것도 아니라, 관행적으로 하도급 준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마다 농협의 내부비리와 방만경영을 두고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농협 계열사의 비리사건도 터져나오면서 농협 개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