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제공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으로는 여전히 '천수답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비 축소 속에 부산시 지원금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사실상 지방재정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 폭등과 국비 지원의 불확실성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출이 수익 압도…이월금 뺀 '실질 운영'은 적자
26일 BIFF '2025 회계연도 결산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제 사업수익은 172억 76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억 4100만 원 늘었다. 하지만 사업비용은 이보다 가파른 9억 4300만 원이 증가한 172억 8400만 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24년 2억 9400만 원 흑자였던 사업손익은 지난해 800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지출회계상으로는 수입-지출에 보조금을 제외한 잉여금이 9억원 가량이지만, 여기는 전년도 이월금 10억원이 포함돼 있다. 감사는 보고서를 통해 "외형적 사업 결과에 비해 효율성이 부족하다"며 "잉여금 발생 때 원천과 사용처를 명확히 해 '착시효과'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건비·경비 폭증…마켓 수익으로 적자 메우는 '기형 구조'
비용 증가의 주된 원인은 인건비와 일반경비의 비대화다. 정규직 인원이 3명 줄었음에도 초과근무수당과 비정규직 인건비 상승으로 총인건비는 전년 대비 4억 원가량 늘었다. 여기에 해외 출장비와 전문사업용역비 등 일반 경비도 줄줄이 상승하며 재정 압박을 더했다.
영화제 측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부스 단가를 10% 이상 인상하며 수익 보전에 나섰으나, 마켓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고스란히 내부 운영비로 흡수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불균형은 국·시비 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천수답형 구조'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BIFF 본행사 결산액 132억 5천만 원 중 국비 비중은 단 4.1%(5.47억 원)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5년 전 16억 원대에 달했던 국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빈자리를 부산시 지원금(66억 원, 49.8%)이 전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기형적 형국이다.
전체 재원의 절반가량을 시비에 의존하다 보니, 세계적 위상을 갖춘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는 부산시의 예산 사정에 따라 사업 규모가 널뛸 수밖에 없다. BIFF 관계자는 "지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초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하는 것이 정례화됐다"며 "부족은 마켓 수익을 반영해 보전하고 있으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부산=황진환 기자중동 전쟁 등 대외 악재 겹쳐…긴축 재정 돌입 불가피
더 큰 문제는 올해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항공료와 숙박비 등 비용이 폭증하면서 해외 주요 영화제 출장과 대외 미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기업 스폰서 유치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영화제는 공익적 성격의 문화 축제라는 특성상 단순 적자 자체가 비판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출범 30주년을 넘긴 BIFF가 여전히 고질적인 예산 불안정성에 시달리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매번 문제로 지적된다. 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재정 구조는 유가 폭등이나 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 발생 시 영화제 운영 전반을 흔드는 근본적 결함이 된다.
칸·베를린은 '자발적 자립'…BIFF는 산업화 전략 부재로 '고립'
해외 주요 영화제들은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칸 영화제는 필름마켓을 독립 사업체로 키워 막대한 부스 임대료를 거둬들이고, 베를린 영화제는 강력한 티켓 동원력과 다국적 기업 스폰서십으로 예산의 3분의 1을 충당한다. 토론토 영화제는 정부 보조금 비중이 11%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민간 펀드레이징으로 채운다.
반면 BIFF는 국비 지원 축소에 '정부 지원 확대'만을 요구할 뿐, 자체 비즈니스 역량 강화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정 업체에 편중된 대형 스폰서십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IT·OTT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기본재산 이자나 적립금으로 재정 방패를 구축하는 동안, BIFF는 누적 자산 없이 매년 이월금에 기대는 '줄타기 운영'을 반복하고 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BIFF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이 매년 국비 확대나 부산시 예산 지원 증액만을 되풀이하는 행태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영화진흥위원회 등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영상 공공기관 및 관련 기업들과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적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