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미공개정보 관리가 안 됩니다. 개인들은 매번 당하는 것이고요. 참 난이도 높은 국장(국내주식시장)입니다." "이런 일 때문에 서민들만 피눈물 납니다." "응징 못 하니 내부정보 이용자들은 부러움을 사는 거죠. 법이 참…"
국내 토종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소식에 개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 몇 년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르며 시장의 대표적인 기대주(株)이자 국산 로봇주의 '성공 신화'로도 평가된 이 회사 임직원 등의 일탈 의혹은 시장을 또 한 번 무기력에 빠뜨렸다.
검찰의 레인보우로보틱스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수사 소식에 SNS, 온라인 커뮤니티, 종목토론방, 기사 댓글 등에선 일반 투자자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네이버·다음·X 캡처거듭 적자에도 '삼성' 등에 업고 승승장구
2022년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A씨가 '1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앞서 CBS노컷뉴스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가 최근 금융당국의 고발·수사 의뢰를 받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임직원과 그 가족, 친척, 지인 등 16명(2명 고발·14명 수사의뢰)에 대해 미공개정보 이용(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들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삼성의 투자와 인수 소식 등 주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통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 총 30~40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의심한다. 회사의 대표이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전 직원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국내 로봇 관련 기업 중 선두로 평가되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지난 2011년 창업했다. 협동로봇과 2족·4족 보행로봇 기술 등에 주력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2년 10월엔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국내 로봇 기업 중 선두로 우뚝 섰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실적 면에선 2023년 446억 원의 영업손실이 나는 등 근래까지도 적자가 거듭되고 있지만, 2023년 초 삼성전자의 거듭된 지분 확보와 2024년 말 최종 인수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상장 당시 공모가 1만 원으로 출발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80만 원을 넘어 한때 90만 원까지 달하며 단 5년 만에 수익률 8000~9000%대라는 기염을 토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어서며 이른바 '10조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날개를 단 코스피와 함께 '삼천스닥'(코스닥 3000)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그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호재' 몰라 주식 매도한 개미들만 피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 전경. 김지은 기자이런 와중에 터진 레인보우로보틱스 임직원 등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투자자와 시민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기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시세조종과 함께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대표적인 부정행위로 꼽힌다. 정보 우위를 가진 자가 일반투자자의 판단 착오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전형적인 자본시장 교란 범죄다.
특히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가져다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업·경제 사건 전문인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DLG) 대표변호사는 "반대편에서 주식을 판 일반투자자들은 정당한 가격 형성의 기회를 박탈당한 직접적인 피해자"라며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투자심리 위축과 유동성 저하로 이어진다. 즉 시장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선은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 온 '시장교란 무관용 원칙'의 실현 여부에 쏠린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주가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반사회적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강력한 철퇴를 예고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다 걸리면 회생이 불가능한 정도로 해야 한다"며 "경제적 손실보고,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SNS에 글을 올려 "규칙을 어겨 이익 보는 시대, 규칙을 지켜 손해 보는 시대는 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 사건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조사를 벌여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미공개이용 의혹 등을 비롯해 다수의 자본시장 교란 범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무관용 원칙'에 따라 얼마나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검찰 등을 향해 "자본시장 교란 범죄는 시도 자체도 못 하게 막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방치됐다"며 "걸린 경우는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이고 통상적으로는 안 걸린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 점을 확실히 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