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방송 영상 캡처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작품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박 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증을 받았지만 가상의 세계 설정으로 스스로 관대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며 "무지했다. 변명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작가님과 함께 박물관에 갔고 조선 왕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며 "조선왕조 예법을 살리려는 강박이 있었고 종묘 행사와 혼례, 즉위식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도 많이 후회하고 힘들어하시고 있다"며 "신인 작가시고 시작부터 큰 드라마를 하게 돼서 부담도 크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5일 방송된 이안대군(변우석)의 즉위식 모습이다.
해당 장면에는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치는 신하의 모습이 담겼고, 자주국 황제가 착용하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중국의 신하가 쓰는 구류면류관을 쓴 장면까지 더해지며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추후 재방송과 VOD, OTT 영상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우들도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변우석은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유재석 캠프' 제작발표회에서 "인생을 살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재석 캠프 촬영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며 "최근 이슈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주연 배우로 참여한 아이유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 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박준화 감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최태성 역사강사는 "역사학계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며 "배우들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으로 왜 퉁치려 하시는지. 왜 그리도 아까워하시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시는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이런 고민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제안을 한 번 해 본다"며 "역사학계도 역사물 고증 연구소 하나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 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며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 감독은 "마지막까지 즐거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작진의 역할인데 그렇게 못 해드려 죄송하다"며 "향후 기회가 된다면 사랑 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