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동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보이며 5700선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급격한 상승으로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급등 우려가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452.22포인트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 '6천피(코스피 6000)' 고지를 밟았지만 3거래일 만에 6000선을 내줬다.
지수는 전장보다 1.26% 내린 6165.15로 출발했다. 개인과 기관이 방어하는 듯했으나 정오부터 낙폭을 키웠다. 특히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한 달 만에 다시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를 지탱해오던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0% 안팎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88% 내린 19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20만원선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도 11.5%하락하며 100만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전쟁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방산과 해운, 정유 업종은 급등했다. S-Oil은 전 거래일 대비 28.45% 오른 14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이노베이션과 GS도 각각 2.51%, 2.62%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때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사태에 대한 심리를 현재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는 원유 가격"이라면서 "유가 반등과 함께 지정학적 사태에 대한 낙관론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이들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상승폭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한국시간 오전 9시경을 저점으로 반등한 점을 짚으며 "중동지역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증시의 낙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도 "금융시장 관점에서 유의 깊게 봐야할 건 유가"라면서 "장기전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 압박과 금리 정책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는 이날 발간한 '예상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1주일 전후의 '초단기'나 1~3개월간 지속되는 '단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가 각각 5%와 10% 내외의 조정 이후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는 20% 내외의 조정을 겪은 뒤 저점 및 지지력 테스트에 들어갈 것이고, 1년 이상 '장기' 시나리오에선 30% 이상 조정된 뒤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를 쓴 연구원들은 "과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급등한 채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경우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졌고, 증시는 버블붕괴와 대세하락 국면이 전개됐다"고 짚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형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GDP 성장률이 직접적으로 0.2~0.3%포인트씩 줄어든다는 게 모건스탠리 측 추산이다.
이날 코스닥도 4.62% 내린 1137.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26.4원 오른 1466.1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