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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같지만 사람 아닌 '다나'…엄마를 사냥하러 떠난 딸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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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전염 매개·침입종 낙인 속 '경계의 폭력'을 묻는 박서영 첫 장편

민음사 제공민음사 제공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박서영 장편소설 '다나'는 "사람과 같은 모습이나 사람은 아닌 짐승"이라는 설정을 정면에 세운다. 멸종 위기 보호종이면서도 전염병의 매개체이자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종으로 규정되는 가상의 짐승 '다나', 그리고 그 다나에게서 태어나 인간에게 길러진 '나'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경북의 한 동물원에서 다나가 탈출했다는 뉴스로 시작된다. '나'는 곧장 그 다나가 자신의 엄마임을 알아차린다. 한반도에 단 한 마리 존재하던 다나가 숲으로 들어가 질서를 교란하고 파괴한다는 공포가 확산되자, 정부와 지자체는 방제 대책을 가동하고 언론은 자극적으로 사태를 중계한다. 숲속에서는 벌목이 본격화되고, 시골 마을의 쇠락과 이주민의 얼굴이 그 과정에 겹쳐진다.

'나'의 선택은 극단적이다. 엄마를 직접 찾아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소설이 흥미로운 지점은 '사냥'이 단순한 추적극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나'는 벌목꾼 집단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살아가며, '숫기 없이 나무 베는 여자'로만 각인되길 바란다. 목덜미의 털을 주기적으로 깎고, 어눌한 발음을 숨기며, 자신이 '짐승의 딸'이라는 표식을 지우려 애쓴다. 동화의 노력은 오히려 낙인의 작동 방식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숨길 수 없는 표면(몸), 드러나는 말(발음), 반복되는 시선(차별)이 '별종'의 자리를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소설은 어떤 생명이 존재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다나'는 보호와 착취가 동시에 작동하는 대상으로 등장한다. 전시되는 순간엔 귀한 희귀 동물이지만, 테두리를 벗어나면 곧바로 '유해' '박멸'의 언어가 붙는다. 그 경계는 인간·비인간에서 멈추지 않고 여성과 '암컷'을 동일시하는 시선, 정착민과 이주민을 가르는 차별, 감염인을 낙인찍는 공포로 뻗어나간다. '문제적 존재'를 만든 것은 누구이며, 누가 '문제'를 규정하는가를 되묻는 구조다.

작품은 특히 인간의 도구를 강조한다. '총'은 힘의 위계를 단숨에 뒤집는 문명의 결정체로 그려지고, '언어'는 다나를 해부하고 분류하며 통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나'는 그 언어와 도구를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존재이면서도, 끝내 그 논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린다. 엄마에 대한 적개심이 사실은 한때의 사랑과 같은 크기였음을 자각하는 대목에서, 소설은 폭력의 언어가 어떻게 관계의 감정까지 점유하는지 보여준다.

'다나'는 "엄마를 죽이려는 딸"이라는 강한 추진력 위에 한국 사회의 경계와 낙인, 보호와 착취, 공포와 통제의 논리를 촘촘히 얹는다. 사람 같지만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에 대해 끊임 없이 구분하려 하고, 쉽게 폭력으로 번역되는 시선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박서영 지음 | 민음사 |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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