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정록 기자5년 연속 흑자를 이어온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는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건보공단 영등포북부지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건보 재정은 수천억 원대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현금 흐름 기준으로 4996억 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되고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화된 데다, 필수의료 확충과 의료개혁,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상병수당 제도화 등 재정 소요가 큰 정책이 예정돼 있어 재정 여건이 빠듯해지고 있다.
공단은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운영해 과잉진료를 관리할 계획이다. 진료 행태를 분석해 유독 과도한 진료가 이뤄지는 기관을 선별하고, 계도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적정진료추진단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0.5~1.1% 인상하는 효과에 해당하는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환자가 내원하면 모든 검사를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제공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에 의한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도입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공단에 특사경 도입을 지시한 바 있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 전문 조사 인력 53명과 조사 경험을 갖춘 인력 200여 명을 중심으로 집중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사경 제도가 도입될 경우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돼, 부당 지급된 진료비를 보다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천억 원 규모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 수사가 시작되면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뒤늦게 조치할 경우 환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사경 도입을 계기로 공단이 보다 폭넓게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해 국민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공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이사장은 "2심에서는 법원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판단을 이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1심보다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며 "판단 주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