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생산적 금융을 둘러싼 금융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과 성장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확산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각기 다른 방식의 실행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를 '금융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생산적 금융을 그룹 핵심 전략으로 격상했다. 단순 여신 확대가 아니라 투자 중심의 자금 공급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17조8천억원으로 확정했다. 기존 계획보다 1조6천억원을 늘린 규모다.
자금은 인공지능(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입된다. 하나은행은 AI 허브센터 개발 사업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하나증권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하는 등 계열사별 역할 분담도 명확히 했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도 손질한다. 기존 수익성과 건전성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 공급 실적과 미래 성장 기업 발굴 성과를 반영해,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적극 발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생산적 금융을 그룹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모험자본과 투자·융자 확대, 포용금융을 아우르는 실행 구조를 가동했다. 특위는 △모험자본·에쿼티 △투·융자 활성화 △국민성장펀드 △포용금융 등 4개 분과로 구성돼 기업 성장 단계별 자금 공급과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제고를 동시에 추진한다.
특위 출범과 함께 발굴한 신규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기업 생애주기별 모험자본 공급 확대, 신용 회복 대상자를 위한 '새희망 특별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적 금융을 단순한 정책 대응이 아니라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과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가져가겠다는 점에서, 구조와 체계 정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기업금융 특화 조직인 'BIZ프라임센터'를 전국 주요 산업 거점으로 확대하며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개점한 강남 BIZ프라임센터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전담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거점으로 운영된다.
우리은행은 이들 센터를 통해 전용 금융상품과 정책금융, 보증기관 협약, 투자 연계를 결합한 자금 조달 구조를 제공하고, 재무 컨설팅까지 병행해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이후 전국 산업단지에 13개 BIZ프라임센터를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 기반 확대와 거래 범위 확장을 통해 기업 성장과 은행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생산적 금융을 영업 현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3대 키워드를 주축으로 기업은행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정부의 3대 정책 기조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금융권의 변화는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민간 금융사와 정책금융기관, 감독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 출범시키고, 생산적 금융 전환을 정례적으로 점검·관리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은 담보와 보증이라는 익숙한 옛길이 아니라 첨단산업과 스타트업·벤처, 지역 등으로 금융 흐름을 대전환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