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명장 시상식에서 서울명장으로 선정된 기술장인 5인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윤호 명장(수제화), 이광재 명장(기계금속),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 양민석 명장(의류봉제), 김인호 명장(인쇄), 임종혁 명장(주얼리). 서울시 제공1970년 서울의 한 제책 공장.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공장 문을 두드렸던 17세 소년이 있었다. 종이를 접고 묶는 일로 하루를 버티던 그는 반세기 넘게 인쇄 현장을 지켜왔고, 마침내 서울시가 공인한 도시제조업 최고 영예 '서울 명장'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22일 5개 도시제조업 분야(인쇄·의류봉제·기계금속·수제화·주얼리) 최고 숙련기술인 5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먼저 인쇄 분야 명장으로 선정된 김인호 ㈜동양상사지기인쇄 대표는 55년 전 제책회사에 입사해 인쇄 일을 시작한 뒤, 국정교과서 근무와 창업을 거쳐 30년 넘게 의약품·화장품 포장 상자인 '폴딩 카톤(Folding Carton, 접어서 만든 상자)' 분야 한길을 걸어왔다.
공학적 설계와 인쇄 기술이 집약된 '폴딩 카톤' 가운데 의약품 패키징은 성분과 용법, 주의사항 등 생명과 직결되는 정보가 담겨 있어 극도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인쇄, 절단, 접기 과정에서 0.1㎜만 어긋나도 글자가 잘리거나 바코드 인식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명장은 제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쇄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아이마크(Eye Mark) 적용' 기술과 위변조 방지를 위한 '한글 홀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블리스터(알약) 팩 지기(紙器, 종이그릇) 등 고품질 패키징 기술의 기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명장은 수상 소감에서 "제조업이 외면받는 시대지만, 기술의 가치는 여전히 사람의 손과 정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의류봉제 분야에서는 49년 경력의 양민석 모던라인 대표가 선정됐다. 양 대표는 독자적인 체촌법(치수 재는 법)과 제도법을 개발해 맞춤 의류 제작 기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국제기능대회 심사위원과 후배 양성에도 힘써왔다.
기계금속 분야 명장으로는 냉동공조설비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한 이광재 ㈜푸른기술 전무이사가 뽑혔다.
수제화(가방) 분야에서는 악어가죽 가공 특허를 보유한 정윤호 ㈜휘권양행 대표가, 주얼리 분야에서는 정밀 세공 기법으로 공정 완성도를 높인 임종혁 제이에이치주얼리 대표가 각각 선정됐다.
서울시 제공서울시는 선정된 명장들에게 인증패와 현판, 기술장려금 1천만 원을 지급하는 한편, 특성화고와 기술교육원에서의 특강, 멘토링, 작품 전시 등 기술 전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