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경제 규모(GDP) 대비 가계 신용(빚) 비율을 낮추고 이 자금을 생산 부문으로 돌리면 장기 경제 성장률을 현저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생산 부문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43개국 자료를 활용해 모의실험을 한 결과, 민간(가계+기업) 신용 규모가 같아도 자금 흐름을 돌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0%포인트(p) 하락(90.1→80.1%)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 성장률은 연평균 0.2%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에 신용이 배분될 경우엔 성장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반면, 부동산 부문 신용은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한은은 "생산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것이 성장 활력 제고의 핵심"이라면서 생산 부분으로 자금 흐름을 바꾸려면 가계대출 관련 위험가중치를 늘리고,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줄이는 등 금융기관의 인센티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차대조표·담보·보증 중심의 대출 심사 관행이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약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특화된 사업성·기술력 기반 신용평가 제도·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날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은·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현재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고 현재 추세대로면 2040년대에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저출생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지금도 매년 2%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률을 2%가 넘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