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료사진. 류영주 기자전국 법원장들과 법관 대표들이 모이는 전국법원장회의와 법관대표회의가 각각 5일과 8일 잇따라 열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추진 등으로 사법개혁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사법부 구성원들이 어떤 입장 표명을 할지 주목된다.
정기 전국법원장회의 개최…9월 임시회의 후 3개월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 9월 임시회의를 열어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지 석 달 만에 전국 법원장들이 다시 모이는 것으로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정책의원총회를 거친 뒤 연내에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대법원을 제외한 전국 법원의 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등 최고위 법관들이 모이는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매년 12월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판사·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 왜곡죄 법안이 통과됐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1심과 항소심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 영장 판사를 별도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각각 추천한 9명으로 판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전담재판부 판사와 영장판사 후보자들을 추천한 뒤 대법원장이 최종적으로 법관을 임명한다. 추천 위원 중 비법관이 다수이며 대법원은 배제됐다.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등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불리한 수사나 재판 결과를 받은 당사자의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는 만큼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각 법원장들에게 "해당 법률안들이 법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며 "사법권 독립 등 헌법의 기본 원리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사전 준비를 요청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법원장회의 9월 사법개혁 우려 표명…변호사 단체 前 대표들 반대
전국법원장회의는 지난 9월 열린 임시회의에서도 '사법개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여당의 사법개혁 강도는 거세진 반면 사법부의 참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고 있는 만큼 법원장들의 관련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5부 요인 오찬 모두 발언에서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제도 개편이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도 조만간 개최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8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온라인·오프라인 병행해 진행된다.
이번 정기회의에는 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재판제도 분과위원회 발의 의안 1건과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에 관한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의 발의 의안 1건이 각각 사전 상정됐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도입 법안 관련해 법원행정처에 설명을 요청해 둔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전국 법관대표들은 지난 9월 당시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넘어 3권 분립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번 회의에서 관련 의견 도출이 주목된다.
이와는 별도로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과 한국여성변호사회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해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선 "헌법 제104조 제3항이 보장한 사법부 인사권은 법관의 인사권을 외부로부터 독립시켜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재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법관 임명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법왜곡죄에 대해선 "증거해석 왜곡·사실관계 왜곡·법령의 잘못된 적용 등 추상적 개념을 처벌 요건으로 삼는다"며 "사법권 침해를 넘어, 판·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고소·고발 남발과 정치적 사법 통제를 불러올 위험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오는 9일부터 3일간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열고 법조계는 물론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