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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안 춘 게 다행"?…전북도청 국장 퇴임식 '응원 영상 강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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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망 통해 "부서별 30초 응원 영상 제출" 지시
'구시대적 관행' 여전…직원들 피로감 호소
"당초 '율동'까지 시키려 했다" 주장도
개인 영전 행사에 공적 시스템·하위직 동원


전북도청 소속 한 국장의 퇴임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축하 영상 제작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율동까지 시키려 했다가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자 축하 영상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대착오적인 '관료주의 문화'가 공직사회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최근 전북도청의 한 국단위 소속 직원들에게 정부 행정 전산망인 '온메일'을 통해 "국장님 퇴임식 관련 부서별 협조사항"이 전달됐다.
 
해당 메일에는 오는 15일 열리는 퇴임식 식순에 '부서별 응원 영상 시청'이 포함됐으니 30초 내외의 영상을 제작해 3일까지 제출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해당 국 산하의 모든 과가 대상이다.

전북도청 소속 직원들에게 전달된 국장 퇴임식 관련 지시사항. 30초 정도의 부서별 응원영상을 제작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제보자 제공전북도청 소속 직원들에게 전달된 국장 퇴임식 관련 지시사항. 30초 정도의 부서별 응원영상을 제작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제보자 제공 
특히 이 과정에서 행사를 주관하는 주무 부서 측이 당초 직원들에게 영상이 아닌 '율동'을 준비하도록 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율동을 시키려다가 내부 반발 등을 의식해 그나마 영상 제작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춤을 안 춘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통상 국장급 퇴임식은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이나 경품 추첨 정도로 진행되는데, 전 부서가 나서서 영상을 제작해 바치는 것은 명백한 과잉 의전"이라며 "개인의 영전을 축하하는 마음이 강요된 이벤트로 인해 오히려 반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청 국장의 퇴임식 계획서. 제보자 제공전북도청 국장의 퇴임식 계획서. 제보자 제공
개인의 퇴임 행사를 위해 공적 업무 시스템인 행정망을 이용해 지시사항을 하달한 점도 문제다. 업무 시간 내에 사적인 축하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전북도가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며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고위직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 질서와 보여주기식 의전 문화는 여전히 공직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행사를 총괄한 주무부서 과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율동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냥 장기자랑 하는 것인데, 안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영상은 찍자는 의견이 있어 한 것"이라며 "퇴임식이 아닌 연말 '국 단합 대회 겸 송년회' 성격"이라고 부연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전북도 제공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전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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