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vs 정상 기념대국의 김은지 9단 vs 신진서 9단(사진 오른쪽). 한국기원 제공대한민국 바둑 최강 영재도 '세계 일인자' 신진서(25) 9단 앞에서는 평범한 기사에 지나지 않았다.
바둑 영재 대회 우승자 출신인 신진서가 올해 영재 대회 최강자에 등극한 김은지(18) 9단과의 대국에서 '월드클래스'의 품격을 보여주며 완승했다.
신진서는 지난달 29일 경상남도 합천군 청와대세트장에서 열린 제13기 하찬석국수배 영재 vs 정상(頂上) 기념대국에서 김은지에게 18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그는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김은지의 초반 수법을 무리 없이 받아냈다. 중반에 나온 상대의 느슨한 수를 틈타 순식간에 격차를 벌리며 파죽지세로 승리를 확정했다.
신진서는 대국 후 "중반에 나온 김 9단의 착각 한 번에 (내가) 많이 유리해졌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김은지가) 앞으로 큰 무대에서 중요한 승부가 더 많아질 텐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평온하게 대국에 임할 수 있다면 더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지는 "신 9단에게 많이 배웠다"고 존중을 표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국이 초·중반에 조금 나쁘다고 생각했다. 중앙에서 착각한 한 수에 곧바로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는 이번 승리로 2019년 정상의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이 대회 영재 vs 정상 대국에서 7연승을 달성했다. 김은지와의 통산 상대 전적도 4전 전승을 기록했다. 그 역시 하찬석국수배 영재 최강전 출신이다. 15살(2단), 2015년 제2기 대회에 출전해 신민준 9단(당시 16세·2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은지는 한국 바둑기사 여자랭킹 2위에 올라있다. 남·녀를 합친 전체 랭킹은 29위에 자리한다. 그는 지난 6월 열린 제13기 하찬석국수배 영재 최강전에서 우승해 한·중 영재 대결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이어 전날(28일) 열린 한·중 영재대결에서 중국 쉬이디(18) 7단을 278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제압하면서 신진서와의 대결이 성사됐다.
이번 기념대국은 합천군이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했다. 합천군의회, 합천군체육회, 합천군바둑협회가 후원했다. 제한시간은 시간 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20초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