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사진 왼쪽)과 한국기원 신관에 설치된 바둑 인공지능 로봇. 동규기자·한국기원 제공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 10년 만에 또다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역사적인 대결 이벤트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벤트가 성사되면 바둑 '세계 1인자'로 군림 중인 신진서 9단이 AI의 대결 상대로 나설 전망이다. 그는 혀를 내두르는 정확한 수로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파고는 알파벳의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AI 프로그램이다. 프로기사에게 승리한 최초의 AI다. 등장과 동시에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한국기원이 2016년 3월 15일 (명예) 프로 9단 단증을 수여함에따라 알파고 9단이 됐다.
신진서의 대국 상대가 될 AI가 알파고보다 진화된 바둑 프로그램을 탑재한 신형 AI가 될지, 이세돌과 대국했던 버전의 '알파고 리(AlphaGo Lee)'가 될지에 대해서는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신진서 "알파고? 오류 공략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UNIST 이세돌 특임교수(당시 바둑기사 9단)가 지난 2016년 3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둔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2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기원은 최근 이세돌 vs 알파고 10주년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구글(Google)에 인간(프로기사)과 AI의 바둑 재대결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 담긴 프로기사는 신진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에 신진서를 AI 대결 상대로 적시한 것을 감안할 때, 신진서가 AI와의 대결을 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세돌과 대결했던) 당시의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오류가 많았기 때문에 그걸 공략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AI와의 대국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한국기원은 제안서에 담긴 이벤트 개최 시기, 대국할 알파고 버전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사실상 대외비(對外秘)로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해당 제안에 대한 구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제안서 전달 후 구글의 답변이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이벤트 성사 여부를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이벤트 추진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대국 시점, 알파고 버전 등에 대해 언급할 시점은 아니다. 제안서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점 등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세돌 패배 설욕할지, 이세돌의 1승 넘어설지 등 최대 관심 전망
지난 4월 24일 '알파고 대국 10주년 기념행사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한국기원 제공
알파고는 지난 2016년 3월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역사적인 대국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바둑 제왕으로 군림하던 이세돌을 4승 1패로 꺾었다. 이후 알파고는 바둑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본격적인 AI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알파고와 인간의 리메치가 성사되면 또 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신진서가 이세돌의 패배를 설욕할지, 이세돌의 1승을 넘어설지 등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국기원은 구글 측 제안한 것과 별도로 내년 3월 '알파고 대국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24일 서울 성동구 사옥에서 (주)올테스트인포와 알파고 대국 공동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