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측이 보내온 메일내용 캡처. 고상현 기자제주에서 새벽배송 하다가 숨진 쿠팡 기사 고(故) 오승용 씨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리점 측에서 '음주운전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일부 언론사 기자에게 배포해 논란이다. 택배노조 측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대리점 "민노총 개입하자 악덕업체 됐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모 택배영업점 대표라고 밝힌 사람이 지난 15일 언론사 기자 25명에게 '제주 쿠팡 교통사고 음주운전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대리점은 오승용 씨가 생전에 쿠팡 새벽배송 기사로 일하며 소속했던 업체다.
영업점 대표는 "우선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는 장례 지원을 약속했으며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노총의 악의적인 주장으로 하루아침에 악덕 기업이 돼버린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안타까운 교통사고는 민주노총이 개입하자 50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는데도 과로사가 돼버렸습니다. 고인은 발인 이후 50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는데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왜곡해 부친상을 당한 동료에게 출근을 강요한 악덕 업체가 돼버렸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14일 고 오승용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고상현 기자택배노조 측에서 주장한 동료기사의 '15일 연속배송'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스케줄 조정을 위해 카톡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왜곡한 것 같은데 실제 배송 날짜랑 다릅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데 마치 15일 연속으로 과로하는 구조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강민욱 민노총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강민욱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고인이 부친상을 당하고 이틀 쉬길 원했지만 하루만 쉬고 바로 새벽배송 하다가 숨진 것이다. 대리점 업무용 단톡방에 올라온 근무일지를 토대로 동료기사의 15일 연속배송 사실을 파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음주운전?…노조 측 "고인 명예훼손" 고발
특히 영업점 대표는 "민주노총의 마녀사냥이 계속되자 음주운전 의혹에 대한 복수의 공익 제보가 들어왔습니다"라고 했다. 고인의 동료기사 2명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졸음운전이 아닌 음주운전 사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사고 당시 고인에 대해서 음주 감지기 검사를 한 결과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고인이 새벽배송 중이어서 졸음운전 등이 의심된다고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음주운전 의심 차량에 대해서 음주 측정을 하기 전에 음주 감지기 검사를 한다. 차량 안에 알코올 성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며 감지가 되는 민감한 장비다. 최근 쿠팡 배송기사 교통사고 당시에도 음주 감지기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음주 감지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김명호 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은 "대리점 측에서 전형적으로 음주운전으로 '물 타기'를 하고 있다. 초동수사 했던 소방과 경찰에도 직접 다녀왔다. 전혀 사실무근이다. 이는 사자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 유포다.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오승용 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