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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5년 만의 신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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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고요로 가야겠다'

열림원 제공 열림원 제공 
한국 서정시인 도종환이 5년 만의 신작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를 펴냈다. 정치와 시대의 소음을 지나 다시 시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고요로 가야겠다"는 문장으로 자신의 내면적 결심을 담담히 고백한다.

총 8부로 구성된 시집은 '이월', '달팽이', '사랑해요', '끝' 등 삶의 이면을 사유하는 여덟 개의 '방(房)'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종환은 "고요는 도피가 아니라 회복이며, 침묵이 아니라 이해"라고 말한다. 바람이 멈춘 자리에 머물러 자신을 다시 세우는 윤리적 태도가 바로 이번 시집의 핵심이다.

그의 시는 한층 부드럽고 단정해졌다. "외피가 돌처럼 딱딱한 벚나무에서 / 새로 솟아나는 연한 가지"(부드러운 시간)처럼, 고통을 통과해 얻은 언어가 온화한 결심의 형식으로 다듬어진다. '운명', '깊은 가을', '사과 한 알' 등에서는 상처를 껴안은 삶의 성숙과 인간에 대한 다정한 이해가 드러난다.

곽재구 시인은 추천사에서 "도종환의 시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며 "정치판을 향기로 물들였던 시인이 이제 그 향기를 시로 돌려주고 있다"고 썼다. 나희덕 시인은 "그의 시가 소음과 고요, 분노와 사랑 사이에서 인간의 진실을 지켜온 언어"라며 "폭풍의 시절을 지나 고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의 구성 또한 주목된다. 첫 장 '이월'은 흰 여백과 검은 바탕을 대비시켜 명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며, 시인은 여백과 어둠 속에서 언어를 되새긴다. 각 시는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한 행 한 행이 묵상처럼 독자를 붙잡으며, 시의 여백이 곧 사유의 공간이 된다.

도종환은 이번 시집을 통해 다시금 '부드러움의 힘'을 증명한다. 분노를 덜어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는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되새기는 일종의 기도처럼 읽힌다.

"바람이 멈추었다 / 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구절은, 소음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시인의 조용한 선언이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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