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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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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에 속하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민자의 초상'

민음사 제공 민음사 제공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자신의 이민자 경험과 정체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뷔작 '동조자'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으로, 개인의 성장 서사를 통해 이주와 식민, 인종과 정체성 문제를 탐색한다.

1971년 베트남 북부에서 태어난 응우옌은 1975년 사이공 함락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난민 캠프에서 시작된 그의 어린 시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정착으로 이어졌으며, 부모가 운영한 식료품점 '사이곤 머이(Sai Gon Moi)'는 가족의 생계를 떠받친 동시에, 이민자로서의 이중적 현실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았다.

'두 얼굴의 남자'는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두 나라에 속하면서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작가 자신을 냉정하게 응시한다. 책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겪는 구조적 차별과 문화적 고립,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문제를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서사로 풀어낸다.

응우옌은 어린 시절 미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며 경험한 이중적 시선을 회고한다. 전쟁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며 "나는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인가, 아니면 총을 쥔 사람인가"를 자문했던 장면은 그가 훗날 '동조자'를 쓰게 된 근원을 보여준다. 그는 "집 안에서는 베트남인으로, 집 밖에서는 미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이중간첩 같은 삶이 소설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또한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트럼프 집권기의 반(反)이민 정책, '쿵 플루(Kung Flu)' 같은 차별적 언어,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 현대 미국의 인종주의 현실을 언급하며, 억압의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를 "식민의 기억과 권력의 재생산"에서 찾는다. 응우옌은 이를 "굴레에서 벗어나 저주를 푸는 일, 곧 탈식민주의의 실천"으로 정의한다.

책은 정치적 담론을 넘어 가족의 이야기로도 확장된다. 전쟁과 망명 이후 우울증과 치매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어머니, 말없이 헌신했던 아버지의 삶을 회상하며, 작가는 부모 세대의 희생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이민자의 아들'이자 '두 얼굴의 남자'로 성장했는지를 기록한다.

응우옌은 현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조자'를 원작으로 한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가 올해 공개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 신소희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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