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와 만난 에단 호크의 살인마 변신, 저예산 호러 영화의 성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블랙폰'이 '블랙폰 2'로 돌아왔다. '블랙폰 2'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을 겪은 피해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초자연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충격적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피니(메이슨 테임즈), 죽은 자의 환영을 보는 그웬(매들린 맥그로우)은 다시 울리기 시작한 공포의 전화와 함께 그들을 향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그래버(에단 호크)의 복수에 맞서기로 한다. 
			
		
저예산 호러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블랙폰'은 아동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그래버(에단 호크)에게 납치된 소년 피니(메이슨 테임즈)가 전화선이 끊긴 검은색 전화기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들과 통화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다시 돌아온 '블랙폰 2'(감독 스콧 데릭슨)는 일종의 '결자해지'의 영화다. 블레이크 가족과 그래버 사이 오랜 악연을 아이들의 손으로 끊어내는 것은 물론, 그래버로 인해 고통받고 트라우마가 남은 피니와 그웬 남매가 스스로 그 상처를 마주하고 이겨내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다. 그리고 전편이 그러했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아이들의 '연대'는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요소다.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전편에서는 피니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동생 그웬과 그웬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웬의 능력은 꿈을 통해 죽은 자의 환영을 보는 것이다. 그것을 그웬은 '악몽'이라 부른다. 
			
		
'악몽'은 '블랙폰 2'의 핵심이다. 현실에서도 피해 생존자들은 그날의 기억을 '악몽'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는 '악몽'을 매개로 악몽 같은 트라우마에 맞서는 생존자들의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던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설경이 펼쳐지는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간 만큼 이야기는 복잡하고 심오해졌다. 
피니는 그래버를 죽이며 살아남았지만, 그날의 고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그웬 역시 자신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인해 힘들기만 하다. 그웬에게 꿈은 저주와도 같다. 그런 그웬에게 어느 날 세 명의 소년의 죽음과 얽힌 악몽이 시작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빠 피니와 길을 나선다.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여전히 고장 난 전화를 통해 초자연적인 존재와 연결되는 방식이 등장하지만, 그웬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인만큼 '악몽'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현실과 악몽 사이를 오가는 그웬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악몽 신에서는 8㎜ 촬영을 통해 이질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고자 한다. 
그웬의 악몽에 등장하는 죽은 세 명의 소년은 모두 그래버와 연관된 인물이다. 결국 죽은 그래버와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웬과 피니는 자신들이 애써 억누르며 참아온 고통과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된다. 고통과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단계는 바로 그것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웬과 피니에게 그래버는 악몽 같은 존재지만,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존재이기도 하다. 고통과 트라우마는 두려움을 먹고 강해지고, 이는 그래버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금 자신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려는 그래버에 맞서 벗어난다는 것은 결국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말과 같다. 두 사람은 내면의 감정, 즉 그래버를 직시하고 맞서 싸우길 선택한다. 이를 통해 그래버의 피해자들 역시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결국 '블랙폰 2'의 결자해지란 '블랙폰'의 파해 생존자들의 회복이다. 피해 생존자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들은 어떻게 고통과 맞서 싸우는가,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과정은 어떠한지를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이미 죽은 피해자들은 그웬과 피니 남매를 통해 묶여 있던 영혼이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천국으로 간다. 이 역시 결자해지이자 회복의 의미를 갖는다. 
사실 '블랙폰'은 1편으로 끝나는 게 관객들에게 가장 악몽 같은 결말이 됐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이야기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블랙폰 2'는 결국 초현실의 영역으로 손을 뻗었다. 
여러 가지로 전편과는 다른 시도를 하고자 했지만, '블랙폰 2'는 다른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또한 기독교라는 종교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 오컬트적인 지점이 상당히 설명적이어서 어지럽고 영화를 구시대의 유물처럼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전편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노력했다는 게 '블랙폰 2'의 장점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영화의 단점을 상쇄하고자 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적인 연출이다. 영화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한 호러 영화다. 이제는 구시대 유물이 된 유선전화, 그것도 공중전화가 주된 공포 요소로 등장하고, 8㎜ 카메라로 촬영된 그웬의 악몽 장면은 마치 홈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외화 '블랙폰 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여기에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위해 영화에는 고어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잘린 신체와 터져 나온 장기, 불에 타서 훼손된 신체와 피가 난무한다. 오컬트와 고어가 오래되고 빛이 바랜 듯 보이는 8㎜ 카메라와 만나며 특유의 화면이 '블랙폰2'의 아날로그 공포를 극대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이 에단 호크라는 게 무섭다. 그는 대부분 장면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지만, 목소리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존재를 압도적으로 표현한다. 다시 돌아온 피니 역 메이슨 테임즈와 그웬 역 매들린 맥그로우 역시 좀 더 깊어진 감정을 표현하며 영화를 이끈다. 메이슨 테임즈의 경우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봤던 얼굴과는 또 다른 모습이 반갑다.
		
		
참고로 '블랙폰 2'는 전편 '블랙폰'을 보면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왜 피니와 그웬 남매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 왜 그래버는 두 사람을 그토록 못 괴롭혀 안달인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114분 상영, 10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외화 '블랙폰 2'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외화 '블랙폰 2'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