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조직 로맨스스캠 대화방 캡처. 충남경찰청 제공캄보디아에서 송환된 45명 전원이 구속 송치된 가운데 이들은 사기수법별로 5개 팀을 조직해 93억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사기)과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등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45명을 전원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성명불상의 총책 '부건(40대)'이 조직한 범죄 집단에 가입해 지난해 중순부터 지난 7월까지 프놈펜 웬치(범죄단지)와 태국 방콕 등지에서 로맨스스캠과 리딩방, 전화금융사기, 노쇼 사기 등의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은 총 110건, 피해액은 9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 유형별로 살펴보면 검찰사칭-보이스피싱 피해액이 5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로맨스스캠이 26억 원, 코인 투자리딩사기가 4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건 총책 조직'으로 불리는 이들 범죄단체는 직책에 따라 조직원들 사이의 위계가 정해지고, 조직의 의사와 업무 방침은 실장과 팀장, 팀원으로 전달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이들은 사기 수법별로 5개팀을 조직하고 업무를 분담해 체계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제작한 위조 공문서. 충남경찰청 제공이들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입출금관리, 물품관리, 가짜명함 제작 등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속이는 로맨스팀, 검찰사칭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가장 많은 피해액이 발생한 검찰사칭-보이스피싱팀은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태국 방콕에 거점을 두고 우체국 택배기사,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우체국 택배기사를 사칭해 "카드가 발급돼 전화드렸다, 카드발급이 아니면 카드 회사 전화번호 알려드릴테니 연락해보세요"라고 피해자를 속였다.
피해자가 가짜 카드회사로 전화를 걸면 "휴대전화에 원격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카드 발급 확인을 도와드리겠다"며 원격 프로그램 어플 설치를 유도하고,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검찰 또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돈을 이체하는 방식 등 피해자 21명로부터 총 59억여 원을 뜯어냈다.
로맨스팀은 지난해 후반부터 지난 5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점을 두고 페이스북에 'KISS MIA, HONEY 만남(사칭 업체명)'이라는 게시물을 올려 조건 만남 업체 매니저와 실장을 사칭한 후 피해자에게 가입비·인증비를 입금하도록 유인했다. 피해자 23명으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억여 원까지, 총 26억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로맨스스캠 화면 캡처. 충남경찰청 제공
코인 투자리딩사기팀은 텔레그램을 통해 '월드코인 정식 텔레그램방'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 "월드 코인이 곧 업비트에 상장된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투자하라"고 속이고 피해자 57명으로부터 4억여 원을 가로챘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노쇼사기팀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통업체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교도소 직원을 사칭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교도소에 납품해줄 의자 10개가 필요하다, 다음날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말한 뒤 다음 날 전화해 "심장제세동기를 교도소에 납품 받으려고 하는데 제세동기를 먼저 결제해주면 의자대금과 같이 카드결제 해주겠다"고 속여 대금결제를 유도했다.
송치된 45명 가운데 남성은 42명, 여성은 3명이며, 연령별로는 40대 3명, 30대 17명, 20대 2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 중에도 총책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을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의자 중 일부는 여행 목적으로 해외에 왔다가 카지노로 돈을 날린 뒤 범행에 가담하거나, 선후배 등 지인의 권유로 범행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의 관련자로 도망다니거나 아직도 다른 피싱 조직에 가담해 범행을 벌이고 있다면 멈추고 신속히 귀국해 선처를 받길 바란다"며 "모르는 번호로 SNS 메신저를 통해 걸어오는 대화나 링크는 무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